한국일보

창작 선교 뮤지컬 ‘선물’

2009-07-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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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처럼 황폐한 마음에
소나기처럼 시원함 선사


19년 전에 미국으로 결혼해서 이민 온 후 ‘문화생활’을 많이 포기하고 산 저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관람한 뮤지컬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네 살인 딸하고는 처음 관람하는 공연이었습니다. 평소에 어두운 극장이나 미술관을 꺼려하고 요란한 소리를 두려워하는 딸이라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음악과 무용을 무척 즐기며 최근엔 이야기 줄거리도 따라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독해력을 보이기에 조심스럽게 기대를 하고 남편과 함께 딸아이를 데려갔습니다.

공연 시작 전 어둡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조금 초조해 하던 딸아이는 커튼이 올라가자 함성을 지르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점점 더 멋진 언니와 오빠들의 노래와 율동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딸아이는 흥을 못 이겨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어른과 다른 어린이들도 뮤지컬의 신나는 음악에 흥겨워 박수치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이민 1세(할머니와 할아버지), 1.5세(아빠와 엄마)와 2세(딸과 아들)로 구성된 다세대 가족인 저희에게는 이 공연의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 뮤지컬 ‘Gifted’는 다세대 이민 가족인 저희 식구 모두에게 문화적, 언어적, 예술적, 그리고 영적인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줬습니다. 이런 공감대를 부모 자식이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다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한인 이민사회에는 아직 너무도 부족합니다. ‘Gifted’를 관람한 후 사막처럼 황폐한 우리의 심리적, 영적 공간에 마치 소나기가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소나기가 장마가 질 정도로 자주 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둘째, 오페라 캘리포니아 소년소녀 합창단원 하나하나가 그들의 박동감 있는 공연과 진솔한 모습으로 백인 주류사회에서 자라는 우리 한인 2세 아이들에게 너무도 필요한 롤 모델인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검은 머리, 노란 피부의 우리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금발머리 신데렐라 공주 인형과 하나 몬태나 캐릭터 모습에 파묻혀 자라는 우리 딸은 두 살 때 자기도 금발머리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여 제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밤 합창단 언니와 오빠들이 열심히 연습하여 유창하게 외친 한국어 대사와 타고난 리듬 감각과 가창력으로 캐릭터를 묘사하는 모습을 본 우리 딸에게는 나도 누구 못지않게 자신을 맘껏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 공연이 심어준 것 같습니다.

끝으로 1.5세대 부모로서 1.5세와 2세의 이야기를 뮤지컬에 담은 최정휘씨와 오페라 캘리포니아 합창단에 감사드리며 성공적인 초연을 축하합니다.

전지아 교수(칼스테이트 롱비치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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