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야기/ ‘한낮의 소나기는 피해가자’
2009-02-21 (토)
곽동현
은행에서 융자 일을 하면서 요즘처럼 바쁜 나날을 보낸 적도 없는 것 같다. 매주 수 십 건의 융자 상담을 한다. 걸려오는 융자상담 문의로 융자가 진행되는 건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고객의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나누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게 된다. 다들 내 집 마련을 하고 지금처럼 모기지 월 페이먼트로 고생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연일 오바마 정부가 수 천 억 달러의 경기 부양법안에 서명을 했다는 기사로 신문지면이 도배되는데도 불구하고 추락하는 주가에는 날개가 없는 것 같다. 아직 시기가 일러서 그렇겠지 몇 달이 지나면 경기부양 효과가 나오겠지 기대를 해본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융자 상담을 받았다. 이 고객은 이민 온 지도 오래되었고 건물도 두 채나 갖고 계신 중견 사업가였다. 수 십 년 동안 해오던 자영업이 지금처럼 힘들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지금 살고있는 주택을 마켓에 내 놓으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상황을 요약해 보면 상업용 건물에서는 겨우 렌트로 융자를 갚아가고 있고 가끔 세입자로부터 렌트를 못 받거나 수리가 필요하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홈에퀴티에서 자금을 빼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은 현재 시가로는 80만달러 정도이나 급하게 내놓으면 70만달러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주택의 구입은 10년 전에 했는데 당시 은행에서 22만달러를 15년 모기지로 6.75%로 대출을 받았고 지금은 5년 정도 남았고 원금이 9만달러 정도 남아 있었다. 여기서 세금과 보험을 합해서 매달 3,200달러 정도 내고 있고 추가로 홈에퀴티로 25만달러를 라인으로 얻어 비즈니스와 생활비 등 지금 20만달러 정도 사용하고 매달 600달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 융자로 2만달러 빚이 있고 매달 750달러가 지불되고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 얻은 융자로 1만5,000달러를 월 150달러정도 지출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총 고정 월페이먼트 4,700달러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매달 사용하는 크레딧 카드 빚과 자동차 보험에 생활비까지 이렇게 저렇게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1만달러가 육박한다고 한다.
이처럼 매달 고정으로 들어가는 월페이먼트가 여의치 않으면 홈에퀴티에서 조금씩 꺼내어 사용해 왔는데 처음 25만달러 중 이제 홈에퀴티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는 터라 살고 있는 주택을 내놓아 부채를 좀 정리했으면 했다.현재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은 롱아일랜드 J지역으로 최고의 학군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학군에 위치하고 하더라도 지금 주택 시장이 완전히 바이어 마켓이니 앞서 말한 것처럼 80만달러 정도는 받아야 될 것을 70만달러에라도 매각해서 빚을 청산하는 방법이 현명할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도 어떤 방법이 이런 불경기를 비껴 갈 수 있을지 논해 보자.재융자에는 부채 콘솔(Debt Consolid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여러 개의 부채를 주택
을 담보로 Cash Out 재융자로 묶어서 한꺼번에 갚아가므로 월 페이먼트를 줄이는 방법이다. 상기 고객의 경우로 Debt Consolidation을 한번 해보자. 이 고객은 처음에 22만달러를 15년 고정으로 얻었기 때문에 30년 고정 모기지보다 월 페이먼트가 많다. 또한 고정이기 때문에 10년을 갚은 지금도 월 페이먼트는 동일하게 3,200달러이다. 아마 세월이 지나면서 주택세가 조금씩 올라서 월 페이먼트도 좀더 인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융자나 학자금 융자도 5년 정도의 단기 상환 융자들이다.
그럼 현재 고정 페이먼트로 나가고 있는 부채들을 총 합하면 홈 모기지 원금 9만 달러, 홈에퀴티로 사용된 20만 달러, 자동차로 남아 있는 원금 2만 달러 그리고 학자금 융자 1만,5000달러 총 합친 것과 클로징 비용까지 33만 달러 정도인데 이것을 30년 고정으로 4.875%로 재융자를 해보자. 이럴 경우 월 페이먼트에 주택세와 보험까지 합하면 월 2,850달러면 된다. 이 방법으로 지금보다 월 페이먼트를 무려 1,850달러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갖고 있던 홈에퀴티 라인 중 사용 중인 밸런스인 20만 달러를 페이오프 시키고 홈에퀴 크레딧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인 Subordination을 사용한다.
즉 통합한 1차 모기지를 선순위로 하고 후순위로 2차 홈에퀴 라인을 그대로 살려 둠으로써 2차 홈에퀴 라인 25만달러는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이런 식으로 재융자를 해서 월페이먼트 구조를 바꿈으로 변화되는 것은 먼저 월 페이먼트를 1,850달러나 줄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계에 부담이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페이먼트를 주택으로 일원화시켜서 부채관리가 훨씬 용이해졌다. 또 하나 큰 이점으로는 2차 홈에퀴티 라인을 그대로 살릴 수 있으니 향후 몇 년 간은 경기가 좀 어렵더라도 크게 걱정은 없다.
물론 이런 장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은 5년이면 끝날 지긋지긋한 모기지 융자가 다시 30년으로 새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남아 있는 에퀴티가 바닥이 나서 싼값에라도 주택을 매각하는 것이 낫겠는가. 그렇지 않으며 재융자를 해서 한 2~3년 정도 주택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까
지 견딘 후에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클로징 비용 몇 천 달러로 최소한 1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면 쉽게 해답이 나온다.간혹 재융자 상담을 하면 다시 30년 고정 모기지로 융자받는 것에 대해 그 시간 때문에 큰 거부감을 갖는 고객들이 많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30년 고정 모기지가 결코 30년 동안의 이자를 다 갚아야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매달 내는 이자는 지금 남아 있는 원금 밸런스에
이자%를 곱해서 12달로 나눈 것이다.
앞서 말한 재융자의 예도 고객의 월 페이먼트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불되는 이자도 줄인 금액이다. 언제든지 주택을 매각하면 그때가 재융자 된 30년 고정 모기지도 끝나는 날이다. 지금처럼 경기 불황의 소낙비가 내릴 때는 조금은 쉬어가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