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청소년 마약문제 남의 일 아니다”

2008-1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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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취재1부 기자)

청소년 마약문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청소년 마약퇴치 캠페인인 ‘레드리번’에 대한 기사를 쓰며 한인 청소년들의 마약문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유스&패밀리포커스에 연락한 적이 있다. 그때 한인청소년들이 마리화나로 시작해 코크(정제 코카인)까지 손을 댄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었다. 비교적 중독성이 약한 마리화나에서 코크로 발전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스&패밀리 포커스측은 바쁜 이민생활에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그렇지 아이들이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모르고 있을 수가 있을까?
‘레드리번’ 기사가 보도된 며칠 후 베이사이드의 한 한인 학부모로부터 더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다. 막내아들 친구가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는 데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등학생인 막내아들에겐 플러싱 델리를 돌며 마약을 판매하는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와 알고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막내아들이 경찰서까지 끌려갔다 왔다며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조사결과 막내아들은 다행히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문제학생과 계속 어울리다가는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그 친구를 신고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학생도 그의 집에서는 귀한 아들일진데 어찌 신고할 수 있겠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고는 청소년 마약문제를 잘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오죽 답답하고 황당했으면 그런 고민을 털어놓았을까.....

물론 문제의 학생과 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바쁜 이민생활을 핑계로 자녀들을 방치하다 보면 제2, 제3의 문제 학생은 계속 늘어나지 않겠는가?대부분의 한인부모들은 청소년들의 마약문제를 남의 가정의 일로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소년들은 마약의 유혹을 받거나 마약을 접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
녀의 믿음도 좋지만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그치지 말고 자녀들을 다시 한 번 챙겨볼 일이다. 더불어 한인사회에서도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청소년 마약문제에 더욱 더 큰 관심과 대책에 힘
을 쏟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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