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연말 대목 놓치지 말자

2008-11-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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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타운의 한 가게 주인은 업주와 종업원들이 손을 놓고 얼굴만 바라보기가 너무 우울해 며칠 전 ‘파격적인 세일’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원가밖에 안 되는 상품가격, 경비와 렌트 비 등을 계산하면 그야말로 ‘손해 보는 세일’이었다. “물론 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오더라구요. 장부상으로는 손해였지만 비었던 가게가 북적대는 것을 보니 적어도 우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한 두 달 눈에 뜨이게 손님 빠진 한인 타운의 한 가게 업주는 뼈를 깎는 자구책을 들려주며 그래도 이렇게 발을 돌린 손님들이 다시 오면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미 소매업계에서는 금년 연말 쇼핑시즌을 ‘월마트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 불경기에 허덕이는 요즘 미국에는 두 종류의 소매상이 있다. 감원과 폐점으로 고통 받는 업소와 쇼핑객들이 몰리는 월마트다. 금년에 처음으로 월마트를 찾은 고객도 상당수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고급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던 사람들이다.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는 월마트의 비결은 ‘같은 품질의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쇼핑이 시작되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지만 금년 연말 쇼핑시즌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 업계는 올 연말 매상증가가 2.2%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고 미국인의 35%는 지난해보다 쇼핑예산을 줄이겠다고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한국의 주부들이 설을 그냥 넘기지 않듯 미국의 주부들도 크리스마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이 이번 연말 쇼핑에 소비할 돈은 한 가족 당 832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한인 가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제부터 무비자시대 한국인 방문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범 커뮤니티 차원의 성원과 관광객 증가, 그리고 연말 특수까지 썰렁해진 타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위여건은 그런대로 형성되었다. 이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가는 업주와 종업원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하는 업소 자체의 노력에 달렸다. 싼 가격의 좋은 상품제공이 업주의 몫이라면 고객이 체감하는 친절과 신뢰는 종업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찾아든 무비자 시대, 지금과 같이 극한 상황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무슨 수가 나도 올해 연말 대목을 잡아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아이디어만 잘 창출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증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초 경기는 그리 밝지 못한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말 대목을 놓치면 큰일이다. 연말대목의 성과는 업소별로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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