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위대하다

2008-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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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미국은 백인의 나라도 아니고 히스패닉의 나라도 아니고 아시안의 나라도 아니다. 미국은 여러 인종이 연합된 미합중국이다”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47세의 흑인 오바마의 말이다. 여러가지 꽃들이 섞여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화단같이 여러 인종들이 섞여서 좋은 나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은 아름다운 미(美)자를 나라의 이름으로 썼을까…

그러나 그 말 가운데에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민족주의에서 인종주의의 무서운 내용이 감추어져 있다. 백인들의 기득권을 부정하며 미국에 살고있는 모든 인종의 나라라고 못을 박았다.오바마가 당선이 되는 순간 232년의 미국 역사가 방향을 틀고 있었다.미국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국민의 의식이 자선주의에서 이기주의로 바뀌었고, 생활 저변에 있던 종교적 관념이 고장이 잘 나는 기계문명으로 옮겨갔다. 세계의 어느 나라든 미국에다 물품을 수출해야 돈을 번다는 수출의 경쟁시장의 표적이 된 소비국가 미국이었다.


미국은 풍족 속에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풍족하면 오히려 이기주의가 되어 사회는 어두워지고 세상이 어두워지면 별이 뜬다. 아니 별이 보인다. 그러면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려고 어두운 밤을 무릅쓰고 뜰에 나와 별을 바라본다.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기에는 기도가 있고, 염원이 있을 것이다. 별을 바라보는 미국 국민들의 기도가 가슴 속에 있었고 별을 바라보는 미국의 저변 국민들 염원이 글썽이는 눈동자에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지구는 임자가 없다. 어느 사람이고 우주에게, 아니 하느님으로부터 잠시 빌려서 살다가 가고, 어느 민족이나 어느 국가도 하느님으로부터 잠시 빌려서 민족을 이루고 국가를 세워 지내다가
사라질 뿐, 지구상에 사는 어떤 민족, 어떤 인종, 어떤 사람들에게도 염원이란 없다. 지구의 임자가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에 싸움이 일어나고 처참한 희생이 요구 당하는 인간 비극의 전쟁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그 짓을 많이 하고 살았고 지금도 그 짓을 하면서 살고, 미래에도 똑같은 짓을 하면서 살 것이다.

짐승들이 강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약한 짐승들을 잡아먹는 능력이 있을 때 맹수로 불려지는 것처럼 막강한 군사력과 남의 경제권을 흔들어댈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를 부강한 나라라고 말한다. 부강한 나라일수록 정론(正論)을 정해놓고 대문을 활짝 열어 들어오라고 하지만 세상 어느 구석에도 정론(正論)은 없다. 다만 정론(定論)만 있을 뿐이다. 정해놓은 논리에 부합(附合)하면 동맹이 되고 부합(不合)하면 적이 될 뿐이다.미국에도 정론(正論)이 없고 정론(定論)이 있을 뿐이다. 알게 모르게 전통처럼 내려오던 미국의 주인이 백인인 듯하던 백인 우월주의의 정론(定論)이 오바마에 의해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에서는 단음의 철학으로서 음악을 만들지만 여러 인종이 범벅으로 섞인 나라에서는 심포니를 구성하여 음악을 만들고 각양각색의 악기를 동원하여 화려한 화음을 만든다. 지구상의 웅장한 심포니인 미국, 그러나 심포니에도 솔로는 있게 마련이다.“미국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고 기회가 주어지는 참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오바마의 말처럼 미국은 참 좋은 나라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나라이다. 그러나 인종은 섞이지 않는다. 심포니의 악기들처럼 공존할 뿐이다.

세상은 어지럽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째려보는 경쟁심이 구정물로 흘러 사회를 바라보면 볼수록 마음이 상하지만 아주 가까이 공존하면서 보여준 백인들의 관용과 선택도 위대하고 흑인들의 기나긴 인내와 성취의 눈물도 위대하다.생김 생김으로 따지자면 별 볼일 없는 사람이지만 국민을 잘 살도록 기초를 닦아놓은 박정희 대통령과 안되는 것을 되게 한 정주영 회장이 우리 나라에도 있지 않았던가! 미국은 청순하다. 나이가 어리면 청순하다는데 미국은 나이가 어려 때가 묻지 않아서일까? 나는 오늘 그 위대함을 이마에 적시면서 새벽 네 시의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 해가 뜨면 별은 또 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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