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2008-11-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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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교수)

금년 경제학 노벨상을 받은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구맨 교수는 그의 뉴욕타임스 칼럼에 2008년 11월 4일을 “영구히 자랑으로 사는 날”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일본이 1941년 12월 7일(동양에서는 8일) 진주만을 기습한 날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영구히 불명예로 사는 날”이라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인 표현이다. 대통령 당선자 아버지의 출생지인 케냐에서는 ‘키바키’대통령이 오바마의 승리를 ‘뜻깊은 날’이라고 지적하여 공휴일로 선언하였다. 지난 40년간 민주당에서는 세 번째로 피선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왜 선풍을 일으켰을까.

1. “처음”. 그는 건국 232년만에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득표는 53%로 매케인의 46%를 상회하였다. 화이트헤드는 처음으로 ‘여윈 사람’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대선 때마다 입후보자들은 ‘오프라 윈프리’의 지지를 청했지만 사양했었는데 오바마만은 역시 처음으로 적극 지지했었다. 하버드 법대 재학시에는 학회지 Harvard Law Review의 첫번 흑인 편집장을 역임했고, 수석으
로 졸업하였다. 금년 1월 3일에는 출마 이후 백인이 95%를 차지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의 처음 승리를 거두었다.


2. “이름” 우리나라의 한자 음에는 ‘바’자가 없다. 따라서 필자는 대통령 당선자의 이름을 ‘오박마’(吳博磨)(博=넓을 박, 磨=갈 마)라고 작명하였다. ‘널리 노력을 하여 정신이나 기술을 닦은 吳씨’라는 의미로 적합한 이름이리라.학위를 표시하는 영어로는 BA(학사)와 MA(석사)가 있는데 OBAMA의 이름은 ‘오학사석사’가 되겠다. 아마도 재임시에는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에는 OBAMADR(오학사석사박사)가 되겠지. 전항의 오프라의 지지를 받았을 때 ‘오프라바마’라는 이름까지 등장했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 출생한 아이들의 이름도 버락, 오바마, 미셸, 말리아, 사샤로 이름을 택하고 있다. 특히 케냐의 서쪽 ‘키수무’지방에서는 투표일부터 5일 사이에 태어난 43명의 신생아 중 성은 다르지만 남자아기는 버락 오바마, 여자 아기는 미셸 오바마로 작명했다고 한다.

3. “피부색 초월” 그의 당선은 인종, 정체성과 함께 피부색을 초월한 투표 결과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대선의 여론조사를 통하여 표면으로는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실제 투표는 ‘브래들리 효과’를 우려했었다. 그러나 인종보다 후보자의 자질, 정견, 인격, 신빙성, 변화의 가능성이 결정적이었다. 동시에 지난 8년간 부시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실망의 반동이 반영되었다.

4. “비교”. 당선 이후의 갖가지 비교 표현이 새로 부상되고 있다. ‘검은 루즈벨트’ 또는 ‘검은 케네디’라는 명명이 이에 속한다.
새 정부는 10일 현재로 6.5%의 실업률과 120만명이 일터를 잃었는데 이에 대한 경제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실업, 소득 감소로 모기지 상환의 불가능 등 저당권 유질(Foreclosure)의 급증과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하였고 급기야 전세계에 파급되었다. 미의회에서 월가와 기업의 구제로 7,000억 달러를 나눠줄 수 있는 최고액수라고 지적한다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신(新) 뉴딜정책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루즈벨트 대통령과 비교되고 있는 실정이다.

5. “단합과 희망”. 20개월 전,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선출마 선언 때만 하더라도 ‘설마’하는 반응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은 모든 난관을 돌파한 대선이 미국내의 모든 소수민족에게 크나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8세 된 히스패닉계 어린아이가 “내가 크면 처음으로 라티노 출신 대통령이 될꺼야”라고 할만큼 희망의 범위가 넓어진 것을 알 수 있다.우리 한민족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신세계, 새로운 흑백, 아니 모든 민족의 단합과 협조, 무언으로 격려가 된 각 소수민족의 긍지,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낙선된 매케인 입후보자의 신사답고 슬기있는 화해의 연설과 협조의 약속, 동시에 승리자의 겸허한 반응 등 미국의 성숙한 정치풍조를 알 수 있게 해준 대선이었다.

6. “오바마는 피아노 연주자”. 피아노의 건반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모든 연주에는 이 흑백 건반이 다같이 쓰인다. 吳博磨 대통령(당선자)은 앞으로 인종, 문화 등을 초월하여 모든 정책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향하여 화음(때로는 불협화음도 있지만)에 가득찬 멋진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전쟁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단결로 평화를 만끽하는 21세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록 필자만의 소망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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