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오바마와 킹목사의 꿈

2008-11-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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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꿈을 꾸지 않는 자에게는 꿈이 이루어 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지 않는 자에게는 별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꿈꾸는 자에게는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큰일을 해 내는 사람들은 마음에 큰 의지와 커다란 꿈을 품고 꾸준히 참아
가며 그 꿈이 실현되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현실화 되었다. 2008년 11월4일.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검은 색의 피부를 가진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1862년, 미국의 16대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흑인들의 노예해방을 선언한지 146년 만이다. 미국 건국 232년 만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8월28일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나라의 미국이 될 것이라는 꿈’을 수많은 청중들에게 연설한지 45년 만에 그 꿈은 이루어졌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노예의 후손은 아니지만 그는 분명 흑인의 정체성을 안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버지가 케냐인 흑인이요 어머니는 백인이었어도 그의 피부색은 엄연한 흑색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참으로 대단한 나라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아니 미국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대단하다. 미국이 민주주의의 나라라 하지만 이번에 미 국민들이 검은 색깔의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사실 하나만은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만한 미 국민들의 변화를 갈망한 선택이었기에 그렇다.


오바마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내 걸은 명구는 “변화(Change, We Need)”였다. 지난 8년 동안의 지지부진한 공화당 정권의 국내외 정책과 빈익빈 부익부의 극대화에 이어져서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미국 서민들의 불안감은 ‘변화’를 받아 들였다. 그것이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크나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어쩌면 ‘어부지리’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유는 조지 W. 부시의 공화당 정권이 일을 잘하고 민심을 잘 보듬었더라면 정권의 재창출을 기약했을 것이란다. 백인들 중 오바마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이 바라던 변화는 정권 바꿈이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 국민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그들이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마바에겐 여러 가지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선거를 앞두고 터져버린 대공황에 버금갈만한 미국 경제의 어려운 큰 사건들이 공화당에겐 크나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본래 선거 때의 경제호황은 정권연장에 한 몫을 하나 그렇지 못했던 것이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웅은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 혹은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란 말이 있다. 오바마는 시대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태어난 것은 1961년이다. 그 때만 해도 흑백간의 인종차별은 극심할 때였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시한 흑인들의 인권운동이 작은 불들을 붙이기 시작한 때이다. 그들은 또 작은 꿈들을 갖고 운동을 시작했다. 40 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작은 불들이, 그 작은 꿈들이 버락 오바마에게 와서 활짝 핀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목숨을 다해 인종차별 철폐 등의 인권운동을 하다가 끝내는 1968년 4월4일 암살당했다. 그와 인권운동을 벌였던 흑인들의 피와 땀의 노고가 밑거름이 되고 썩어서 오늘의 오바마를 탄생시킨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변화를 요구한 미국. 미국은 변할 것이다. 흑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 아시아인도,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번 민주당 경선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더라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당선됐을 것이다. 공화당의 실책 때문이다. 힐러리는 참 아까운 때를 놓친 것 같다.
꿈이 없는 자에게의 꿈의 현실화는 불가능이다. 꿈을 꾸어야만 한다. 대통령이든 그 무엇이 되어지든 꿈을 꾸고, 꿈을 키우고 살아가야 한다. 꿈도 없는 자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는다. 꿈을 꾸되 실력도 키워야 한다. 검은 피부의 오바마가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와 하버드를 나오지 않았다면 대통령에 당선이 안 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선 개미군단들의 도움과 여성 및 젊은 유권자들이 큰 몫을 해냈다. 소수인종들도 큰 몫을 해냈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꿈, 꿈을 꾸며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반드시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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