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당선과 미 보수주의 몰락

2008-11-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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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정치학박사/커네티컷주립대 명예교수)

지난 11월 4일 치러진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미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로 오바마는 제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국의 소수민족인 흑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인 기록을 남겨놓게 되었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사회 변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며 또 우리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우리 미주 한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 미국정치에는 지각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8년간 보수주의 일변도 정책으로 달리는 기차와 같았으나 종착역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기관차가 폭발해 버린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부시가 실패한 것은 경제정책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정책 때문이다.부자들이 더 많은 돈을 긁어 모을 수 있게 모든 규제를 없애고 가난한 빈곤층과 중산층은 더욱 가난해지고 궁극적으로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을 세웠다. 모든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로 부유층은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돈 없는 빈곤층은 더욱 빈곤의 구렁창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부시정부의 큰 실패는 외교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부시는 2001년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의 테러 폭파가 생긴 후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3개의 악의 축(Three Axes of Evil)이라는 낙인을 찍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핵무기를 개발하지지도 않고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이라크를 선제공격을 가하고 이라크전쟁을 시작했으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하여 총살했다.

수 십만의 미국 군인을 중동에 파병하여 이라크전쟁을 시작하고 6년이 지난 오늘도 이라크전쟁은 터널 끝의 빛을 볼 수 없으며 끝나지도 않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왜 전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수 천명의 미군은 전사했다. 이라크전쟁에 퍼부은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 수치로 미국의 경제는 파탄 직전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는 수 십년에 걸쳐 그 빚을 다 갚아가도 다 갚지 못하는 빚더미를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은 물론 일반 지식층에서도 부시의 외교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며 국제사회의 전쟁 테러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 바로 부시대통령 자신이라고 평가하는 언론인도 있는 것이다.부시정부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의 큰 실패는 미국 국민으로 하여금 부시에 대한 실망으로 변
했으며 여론조사에서 부시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20% 이하로 떨어졌다. 부시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미국역사에 남게 되었다. 따라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의 전쟁정책을 지지한 매케인 후보는 떨어지고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바마 후보는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 국민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에 대한 정책도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시정부는 임기 5개월을 남겨놓고 북한을 테러국가의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과의 수교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승인하고 국교를 정상화 할 것이라고 오바바 지지자들은 말하고 있다.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수교하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타격도 막대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은 보수주의 사상과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로서 상호 신뢰를 구축해 왔으나 두 대통령의 신뢰도 변할 것이다.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며 신앙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실리외교로 바꾸어질 것이다.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오바마 정부는 FTA를 다시 협상할 가능성도 있으며 부시가 이명박 대통령에 약속한 신뢰와 기독교 우호관계는 국가 이익에 기초를 둔 실리외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시행정부 하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던 복음주의 기독교도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 부시는 ‘W’라는 영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독교는 정권을 잡는데 한 개의 도구이며 정권을 지속시키는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백악관을 떠나게 되면 복음주의 기독교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요사이 인기를 끌며 상영되고 있는 영화 ‘W’는 부시대통령의 복음주의 기독교신자로서의 신앙심 변화와 권력의 무상함을 잘 그려놓은 영화이다. 복음주의 크리스천은 한 번 보는 것이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복음주의 교회의 장로로서 부시대통령과 친분이 가까운 것을 과시했으나 개인적 신앙과 국가간의 외교는 국가 이익이 우선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부시와의 개인적, 혹은 종교적 친분관계와 국가 외교의 추구하는 목표는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외교적 관계에서는 개인의 종교적 관계를 떠나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적 외교관계가 설정되기를 우리 국민은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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