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색지대

2008-11-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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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희(수필가)

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에서 모든 일이 가능한지, 미국의 꿈이 지금도 살아있는지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답변이다”이보다 더 명쾌한 해답이 어디 있을까?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그는 시대의 영웅이다. 위인에게는 반드시 위대한 어머니가 있기 마련, 그의 어머니도 두 살 때 남편과 이혼한 후 인도네시아에서 오바마를 강하게 키웠다.

옛 말에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어머니는 자식을 낳아 양육하고 아버지는 훈육을 담당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본으로 삼아 모방하며 자란다. 어느 한쪽이 없으면 그만큼 바르게 기르기에 애썼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가히 상상이 된다.


서양에서는 ‘오이디프스 증후군’이 있다. 그리이스 신화에서 오이디프스는 여신인 어머니가 생명의 강물에 목욕을 시켜 불사조의 몸이 되지만 어머니의 발에 가려서 물이 닿지 않은 발 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게 된다. 이런 인간의 가장 취약점을 들어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오이디프스 증후군이 있다고 한다.전에 알던 가족 중에 기러기 가족이 있었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엄마가 같이 뉴욕으로 날아오고 아빠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부지런히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했다. 계절풍을 따라 오가며 1년에 한 번꼴로 가족 상봉을 하고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반복했다.

어느 날, 서로 속내를 털어놓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들이 커감에 따라 아빠의 역할을 어떻게 대신해야 할지 몹시 힘들어 했다. 오바마도 고교시절 마약을 접했고, 청소년 시절 인종문제로 정체성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그
러나 그의 어머니는 항상 흑인의 장점과 우수성을 강조해 가며 평등과 가능성을 가르쳤고 최초의 흑인판사, 최초의 흑인 민권운동가, 최초의 흑인 여배우 등에 대해 배우며 자랐다. 아마 오프라 윈프리도 그의 우상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어쨌든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우뚝 섰다. 하지만 새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심각한 경제의 회복이며, 변화를 바라는 많은 희망의 눈동자들이다. 승리의 함성보다는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압박감이 먼저일 지도 모르겠다.

광주사태로 인해 참상을 겪은 광주 시민을 비롯한 전라도 지역에서 김대중씨를 적극 지지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많은 변화를 바랐으나 곧 실망을 한 것이나, 기독교를 믿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장로에게 무조건 표를 던지는 일들을 보았다. 대통령은 공인이다. 국민을 등에 업고 한 나라를 바르게 세워야 할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소수민족을 대변해 줄거라는 바람이나 유색인종의 인권 신장이나 여러모로 기대가 있겠지만 편파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등하도록, 이쪽 저쪽 눈치를 보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도록 자유롭게 하자. 시간을 주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르기도 전부터 원성이 빗발쳤듯 서두르지 말자.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비록 뜻을 달리 한다 할지라도 다수의 의견에 승복하고 힘을 합해 정의를 구현함에 있지 않은가!
이젠 아무에게도 피부색이나 조상이나 출생국 등은 의미가 없다. 오직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역사에 길이 기록될 수 있는, 그래서 역시 미국은 미국이다!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희망을 저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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