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유색인종 대통령 탄생

2008-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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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종(알파인 연합감리교회 목사)

2008년 11월 4일은 미국역사에서 ‘첫 유색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미국의 대선을 지켜본 사람은 이러한 때 여러가지 생각이 많을 줄로 안다. 나는 미국의 주류사회에 도전하여 미국 연합감리교단에서 첫번으로 한인으로서 감독에 당선되었던 목사로서 외람된 것 같으나 나의 생각을 나누어 볼까 한다.

과연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다. 흑인인 오바마의 당선으로 앞으로 우리 한인 2세들 중에서도 미국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꿈을 준다.
한편 그의 당선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나는 ‘흑인들의 절대 단결’이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고 본다. 물론 그의 선거전략도 그리했겠지만 흑인들의 결속력에서 우리는 배울 바가 많다. 그는 마틴 루터 킹이 이루어 놓은 꿈과 업적 위에 이번 승리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오바마는 ‘마틴 루터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 이번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다. 앞서 간 선배의 어깨를 딛고 우뚝 서는 후배, 그것은 우리 한인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우리는 이조 500년의 당쟁 역사에서 물려받은 것인지, 일제 식민지정책의 유산인지 모르나 당을 짓고, 파를 만들고, 단결보다는 분열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선배의 어깨 위에 서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요, 선배를 넘어뜨리고 밟아버리고 자기가 올라서야 한다는 극히 파괴적이요, 소극적인 행동을 가끔 본다.즉 앞서 간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인정하고 그 위에 미래를 세우는 연속성이 결여하다는 말이다. 흔히 우리는 앞 사람의 한 일을 비화시켜야 자기의 공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같이 불연속성을 강조하고 남을 죽여야 자기가 산다는 생각은
미국같이 큰 나라에서 이민으로서 성공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사상이다.

이런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 게를 비유로 한국인과 중국인의 민족성(?)을 그린 이야기다. 한국 게는 바구니에 넣어둘 때 뚜껑을 닫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 놈이 올라가면 밑에 있는 놈이 끌어내리니까 뚜껑을 열어두어도 한 놈도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편 중국 게는 뚜껑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놈씩 앞에 있는 게의 등을 딛고 올라가 바구니 밖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유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이민이 되려면 선배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연속성을 중히 여기는 일이 있어야 겠다.

나는 미국 감리교 감독회의에서도 보았다. 감독회는 50명의 현직 감독들이 있는데 흑인 감독들은 열 명 정도이나 그들은 단결하여 서로 돕고 절대로 같은 흑인감독을 비하시키는 예를 보지 못했다. 그러한 단결력이 우리 한인사회에도 있을 때 우리는 앞으로 미국에서 여러 지도자를 내어 놓고 언젠가는 대통령도 내어놓을 수 있는 민족이 될 것이다.또 한가지 감명 깊었던 것은 승자와 패자의 관용이다. 승자가 관용을 베풀기는 쉽다. 그러나 소위 ‘칼자루를 잡으면’ 그 칼을 정적에게 써야 된다는 그릇된 관념을 버려야 하리라.

한편 패자가 관용을 베풀기는 더 어렵다. 이번 패자 존 매케인의 승복 연설을 들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미국의 영웅 매케인은 당선자 오바마에게 축하하며 그를 칭찬하면서 자기의 협조를 약속하는 그는 과연 큰 인물임을 보여주었다. 듣고 있는 지지자 중에는 감정에 못이겨 오바마를 야유하려는 분위기가 보였다. 매케인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우리는 다 미국인입니다”고 말했다.

물론 오바마의 사회주의적인 경향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멘토들 중에 아렌스키와 같은 극렬 좌파 운동권이 있어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당선이 되면 일단 힘껏 밀어주는 것이 원칙이다.
일단 당선이 되었으면 국민된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잘 할 때 박수쳐 주고, 잘 못할 때 시정해 주는 것이 성숙된 국민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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