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아 세력균형에서 본 북한 핵 문제

2008-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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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최초의 핵개발국이며 최강의 핵보유국임과 동시에 각종 국제 핵확산금지조약의 주도국으로서 각 국가의 군사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북핵문제에 절대적 해결책을 갖고 있다. 이는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국제정치학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북한의 핵개발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일본이다. 북핵 이후 일본은 공공연하게 핵무기 개발을 공언해 왔다.

만일 북한 핵이 실질적으로 인정된다면 즉각적으로 핵개발에 착수하겠다는 태세다. 실지로 일본은 8,0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라토늄을 갖추고 있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석달 안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미일동맹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거취가 큰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국과의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영향력 있는 한반도 전문가인 샐리그 해리슨은 북한이 작전용 핵무기를 군대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되면 일본은 핵무기 개발과 동시에 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북한의 핵 사정거리에 있는 일본이 유사시 핵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므로 중국과 북한이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제 강화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이 동북아 세력균형에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남한은 미국의 압력으로 핵개발이 철저히 봉쇄되어 왔다. 일본도 NPT 가입국으로서 미일동맹을 통해 핵개발이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냉전의 종식으로 핵확장의 명분을 찾지 못하자 국제사회의 비난에도불구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소련 해체로 중단된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정기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선포하고 태평양지역 미군의 전방기지인 괌지역은 물론 유럽지역에까지 장거리 핵폭격기를 출격시켜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긴장시켰다. 중국과의 군사동맹도 강화하며 국제사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한 핵전략은 우선 핵확산 금지의 차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Ivo Daalader는 Foreign Affairs 최신호에서 미국의 핵정책은 핵확산을 저지하는 노력들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최강의 핵보유 능력을 가진 미국이 북핵에 발목을 잡히고 6자회담의 원활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핵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단일 군사력에서 미국을 앞서고 국방예산에서 세계 2위인 중국과 핵탄두 숫자에서 미국에 앞서는 러시아가 북한 핵을 자국의 실리와 연관된 전략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힘의 논리에 기반한 당연한 결과이다.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일본이 핵을 개발할 경우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일본이 핵개발을 할 경우 중국은 핵 증강에 더욱 주력하여 동북아 패권경쟁에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남한에서도 핵개발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균열은 물론 동북아 4개국은 핵폭탄의 위협을 끌어안고 서로 국익을 위해 핵 잠재력을 행사하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다. 이는 전세계 핵확산에 기폭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북한에 이어 이란도 핵보유국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고, 약소국가일수록 핵무장을 통해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에 이어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다면 국세사회의 안전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전세계 국방력 장악력이 가장 큰 미국이 핵전략에 실패한다면 세계의 안전 또한 보장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은 일본 핵개발을 저지할 뿐 아니라 전세계 핵확산 금지의 성공적 사례들로 이어질 수 있다. 동북아 세력균형에서 축소되고 있는 미국이 핵 외교정책에서 성공한다면 그 역할은 다시금 동북아 안전을 위해 중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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