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

2008-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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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미국을 위해 특출나게 이름을 남긴 대통령들을 보면 모두 한가지의 커다란 사건을 족적으로 남겼다. 예를 들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영국 통치를 밀어내고 미국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들을 해방시켰다. 또 해리 트루만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를 막아내는데 전력을 다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잘 감당했다. 아울러 그는 ‘레이거노믹스’라고 하는 경제정책을 세워 미국의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됐다.

지금 미국은 경제가 바닥에 이를 만큼 비상시국이다. 내수경제가 무너지고 채권국가에서 채무국가로 전향해 나가고 있는 경제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보다시피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두 후보 간의 선거전은 모두 경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미 경제를 다시 재건해 보려고 하는 노력이 거의 전부였었다. 과연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위기에 놓인 미국의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우선 이 나라 경제흐름의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알아야 할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세웠을 때 MIT경제학 교수 조지 길터의 ‘부와 빈곤’이라는 그의 이론을 채택해 경제원칙을 세웠다. 과연 이번에 당선된 새 대통령은 어떤 경제정책을 세울 것인가. 경제란 이론이 아니고 국민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사활이 달린 문제이다.

미국은 경제가 부실할 경우 세계의 통치권을 잃어버린다. 또한 민주주의라고 하는 세계 정치이념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지구상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가난한 나라로부터 시작, 경제원조가 필요한 모든 나라에게 무상 혹은 유상원조를 해왔다. 한국의 식량이 부족할 때 한국에 유상, 또는 무상으로 식량을 지원한 적도 있다. 그래서 한국은 6.25 전쟁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국민 경제생활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때가 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지킨 것도 사실은 미국의 경제원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구상에서의 미국경제는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다시 경제를 일으키지 못할 경우에는 세계를 지배하던 경제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내수 경제가 불확실하고 수출경제가 미약해지면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있던 미국경제는 자연히 흔들리게 되어 있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어떠한 정책으로 미국경제를 회복하고 부흥시킬 것인가. 우리가 선거당시 들어왔던 공약 중에 경제정책이란 하나의 개념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따라 미국 국민이 안심하기도 하고, 불안에 다시 휩싸이게도 된다. 자국의 경제는 자국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고 세계 여러 나라와 협상해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 경제를 일으키는 방법은 차선의 방법이다.

당선된 새 대통령은 어떠한 방법으로 미국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소비를 미덕으로 아는 미국국민의 생활방식을 지켜 나갈 것인가. 이것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일이다. 특히 우리같이 소기업을 주로 하는 한인들의 경우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가는 오르고 금융대란의 여파 탓에 위축되는 소비심리에 수입은 자꾸 줄어드는데 자고 깨면 렌트 비는 오르고 인건비와 경비는 계속 지출해야 하고 이래저래 살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보면 모두가 쓰러질 지경이라는 게 요즈음 접하는 한인업주들의 탄식이다.

노력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소수민족 이민자들의 고통과 번민을 과연 당선된 새 대통령은 덜어줄 수 있을까. 불안에 떨면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새로운 정책만 바라보고 있는 서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과연 새 대통령은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굳건히 약속한 공약이 혹 빈 공약으로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지금도 이미 이민자들 가운데는 고달픈 삶에 지쳐 다시 보따리를 싸서 제 나라로 돌아가
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기회의 나라 미국’이란 슬로건이 이 땅에서 실종되면 모든 소수민족 이민자들은 삶의 희망과 힘을 잃는다. 새 대통령은 어서 하루속히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바대로 명확한 경제 재건정책을 확정시켜 미국경제를 하루 속히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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