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

2008-1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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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19세기에는 많은 문호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감동을 주는 명작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러시아에서 나온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톨스토이의 ‘부활’이 아닌가 싶다.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이라던가 ‘지상의 양식’과 같은 명작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며 당대에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을 지상주의적 사람으로 승화를시켰을 뿐, 거기에는 모순된 사회적인 계급과 사상의 비판과,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어 그 깊이가 ‘죄와 벌’이라던가 ‘부활’을 따라잡지 못한다.
부활에는 분명히 두 가지의 부활이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죽음에서의 부활과 인간으로서의 인간부활이다. 이 두가지 부활의 진실은 무엇이며, 부활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신은 알고 있으나 결코 인간에게 나타내지 않는다. 인간이 노력해서 그 진실과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랄 뿐이다.


신은 어제도 오늘도 냉혹할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으로서 부활하지 않으면 아니되고, 그 부활의 요소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도(正道)를 아는 것이다. 이익을 위하여 아부하는 말, 거짓을 감추는 행위는 불의의 순서 가운데 첫번째인 것이다. 몸을 더럽게 하는 자, 듣기보다 말을 먼저 하려는 조급증세는 두번째의 불의다.톨스토이는 1828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백작이라는 귀족 집안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난 불량아였다. 9살이라는 나이에 일찌기 양친을 잃은 톨스토이는 친척집에서 성장하였다. 그런 환경이 톨스토이를 불량아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는 10대에 술맛을 알아 술에 절어 살았고, 그의 혀는 누구에게나 방향 없이 방랑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방황하는 20대를 지나면서는 불량소녀를 유혹하거나 창녀촌에서 살면서 성병과 악취를 풍기면서 살았다. 이 사람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간 쓰레기였다.그런 그가 궁중 시인이었던 또 다른 백작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쏘니아란 이름을 가진 그의 부인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희망이 없다는 톨스토이를 하나씩 하나씩 사랑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아무런 사상이 없던 그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조금씩 뜨게 하였다.
그로부터 톨스토이는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기 시작하였고 인간의 참혹한 생활에 대하여 정치와 계급사회를 비난하는 사상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고뇌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였고 그의 고뇌와 번민은 결국 그를 세기의 대 작가요, 사상가로 태어나게 한 것이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이란 소설의 명제는 인간 부활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부활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부활을 했다면 그것은 새로운 창조인 것이다. 그도 인생을 거의 다 살아본 72세가 되어서야 인간적 사상이 무엇이고 인간적 사상과 인간적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어 부활이란 대 명작의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부활’이란 소설은 톨스토이의 인간애를 통하여 녹아내린 그의 사상과 예술, 그리고 사회 부조리가 안고있는 문제를 파헤치는 톨스토이의 승리였다. 살인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 창녀 카튜사의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된 네흘류도프는 카튜사가 한때 자기가 잠시 사랑하다 버린 여자임을 알게 된다.

카튜사는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고 그 후 생계를 잇기 위하여 창녀가 된다. 카튜사는 증거도 명백하지 않은 사건의 희생자로 시베리아 유형의 선고를 받는다. 네흘류도프는 도덕적으로 무책임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카튜샤를 감옥에서 꺼내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면서 자신의 정신적 부활을 향한 발돋움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부활, 세계의 3대 참
회록은 성 어거스틴의 참회록과 룻소의 참회록, 그리고 톨스토이의 참회록이다.배금주의와 형식주의의 현대적 기독교가 아니라 진정한 믿음으로 지탱해 가던 원시 기독교 사상에 잠입한 그는 네흘류도프의 눈을 통하여 종교와 사상과 예술의 위대성과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으로 몰아넣는 토지제도 등을 생생하게 제시한다.

인간이 정의로워지면 눈이 맑아지고 눈이 맑아지면 정도(正道)가 보인다. 종교도, 예술도, 사회 제도도, 정치도, 사상도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야 그것이 진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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