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세에게 귀중한 이야기 들려주자

2008-1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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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스미스타운)

손주들을 보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많이 살아온 할아버지로서 제대로 된 가르침 하나 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떡장수 할머니와 호랑이’ 같은 한국의 전래동화 하나 변변히 들려주지 못했던 점, 또 고향이 어떤 곳이며 그곳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또한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 변변하게 들려주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
중국, 일본의 설화책을 읽으면서도 이것 조차 한번 제대로 이야기 해 주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날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부끄럽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언제인가 내가 남겨놓은 책에서 읽고 웃는 날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오늘 웬지 중국의 ‘노자’의 글을 전해주고 싶어진다.
30개의 둥그런 바퀴살 하나 하나가 바퀴 중앙에 있는 통에 집중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바퀴통 속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바퀴가 회전을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바퀴가 굴러 수레가 굴러간다. 바퀴가 없다면 아무리 잘 만든 수레라 할지라도 수레로 굴러갈 수가 없다.
이것이 30개의 바퀴살 하나 하나가 귀중한 것처럼 처음부터 수레가 되어 세상을 싣고 달리고 싶어도 바퀴살 하나부터 되어져야 하는 외로움과 고통이 있는 것이다.바퀴살과 다음 바퀴살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둥그런 바퀴가 되는 것, 여백의 뜻을 알게 되면 훌륭한 수레가 태어날 것이다.


한글학교에서 젊은 교사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 나라만이 갖고 있는 먼 옛날의 구수한 이야기 속에서 나의 뿌리를 찾게 되고, 나의 뿌리를 알게 되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지혜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이 ‘미쯔바’ ‘바미쯔마’를 통해 히브리어를 잊지 않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같은 유대인을 만나면 사용하는 저들의 국어를 서로 모를지언정 조상의 언어만을 통해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고 두려움 없이 주어진 일들을 기쁨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유대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유대인 탬플(시나고그)만 찾아가면 당장 그곳에서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인, 일본인의 경우도 그런 활성화 된 조직이 잘 이용되고 있다. 구수한 조상들의 옛 이야기를 찾아 가르치면 먼 훗날 구수한 빈대떡을 맛있에 나누는 한민족의 파티가 이곳에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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