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열린 공간

2008-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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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취재2부 기자)

열린공간(오픈센터)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02년부터 열린공간을 후원해 온 스피드 투자그룹의 다니엘 리 대표가 재정적인 곤경에 빠지면서 뉴욕의 4개 열린공간중 맨하탄이 이미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고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코리아빌리지의 운명과 함께 할 플러싱 열린공간의 존속 여부다.

이전에도 플러싱에 열린공간이 있었지만 2006년 코리아빌리지에 생긴 열린공간은 지난 2년간 커뮤니티 예술가들과 문화 단체들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발표의 장소였다. 단순히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는 이점 외에도 넓고 쾌적하며 최상의 음향 설비를 갖춘 전천후 공간이기 때문에 전시와 공연, 각종 이벤트를 원하는 문의가 늘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뉴욕의 중견과 신인 화가들 및 한국에서 온 작가들 그리고 최근 열린 한미청소년 미술 대전 전시처럼 청소년 화가들도 그곳에서 전시를 했다. 소나타 다 끼에자의 정기공연에는 정장 대신 가벼운 평상복 차림의 인근 주민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담 없이 공연장을 찾았다.


청소년 극단 메아리의 학생들은 공연 전까지 그곳을 연습장으로 활용했다.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는 소극장 독도는 그곳에서 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형극을 장기적으로 공연했다. 한 중견 화가는 “ 첼시가 세계 갤러리의 중심이라지만 한인 관객들에게는 플러싱과 맨하탄의 열린공간이 문화의 중심지였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양질의 전시와 공연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니엘 리 대표는 지난 4월 열린공간을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한 공로로 퀸즈예술위원회가 수여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상을 받는 자리에서 “ 솔직히 20대에는 돈 밖에는 몰랐지만 30대부터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이제 그걸 인정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었다. 본업인 기업가상을 받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그에게서 열린공간에 대한 그의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그가 어떤 스타일로 비즈니스를 운영 하는 지 모르고, 일부 언론 매체가 주장하듯 친북활동을 하는지 비자금을 관리하는 지도 잘 모른다. 다만 지난 6년간 4곳의 열린공간이 받을 수 있었던 임대료와 관리비를 돈으로 따지자면 그가 지금까지 수백만달러 이상의 기부를 커뮤니티에 했다는 것은 확실히 안다. 열린공간이 계속 열려 있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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