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력 신장, 더 이상 구호 아니다

2008-10-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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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총장)


한인사회는 1992년 4월 29일 LA 한인타운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4.29 폭동이라는 가슴 아픈 이민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이러한 폭동은 비단 LA만이 아닌 미 전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연방정부를 비롯한 주와 시정부
들은 공권력만 의지한 채 사회의 기강을 세우려고 했던 시절에 필연적으로 폭동이 일어났었다.

불행히도 16년이 지난 지금의 시기가 오히려 그 때의 경제여건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한인사회를 먹여 살리고 있는 스몰 비즈니스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급격히 붕괴되고 있고,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빈민지역은 거의 폭동 전야에 다달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 때, 16년 전, 모든 것을 잿더미로 잃어버렸어도 우리는 미국사회의 이방인으로써 오히려 인종차별 민족으로 내몰렸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낼 사람들이 없었다. 그 후 재미 한인사회는 깨달았다. 한인사회를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정치력 신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뉴욕과 LA 등의 대도시에서 유권자 등록 캠페인과 투표참여 캠페인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한인사회의 투표율은 괄목할만하게 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서 한인들이 정치인으로 당선 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에는 연방하원에서 한인 정치력이 중심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쾌거와 한미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협정까지 우리들의 힘과 노력으로 만들어 냈다.2008년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미국이 나아가야 할 내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전환적인 방법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중차대한 기로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사회가 전례없이 분명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자칫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권력 이후 경제적 소외지역에서 또다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뉴욕의 수많은 빈민구제 비영리기관들이 월가의 붕괴로 인해 더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빈곤이다. 미국인 아동 6명 중 1명(1,300만명)이 가난하고 3,600만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3,600만명은 캘리포니아 주의 인구보다도 많다. 세끼를 다 먹지 못하는 400만 가정이 있다. 840만명의 아동을 포함한 4,500만명이 의료보험에 들지 못했고 1,400만 가정이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 더 특이한 것은 지난 40년 동안 이러한 빈곤선이 수정되지 않고 있다. 빈곤 수준이 2003년엔 4인 가족에 18,800달러였는데 오늘날 물가수준에는 3만5,000달러로도 네 식구가 먹고 살기 어렵다. 식비, 임대료, 교통비, 의료비 같은 기본 항목들은 나날이 오르고 있지만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툭하면 일자리를 잃고 그나마 임금도 오르지 않는다. 현재 미국 가정의 40%는 이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또 다시 92년의 LA폭동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한인들의 투표율을 미국의 주류 투표율보다 높게 만드는 것이다.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인 방식이다. 정치력은 쉽게 말해서 수많은 세력들간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협상력이다. 오늘날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의 힘은 바로 투표율이다.대통령선거 이후 한인사회가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요청할 사항은 많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11월 4일 투표에 한인들이 얼마나 참여하는가이다.

한인사회의 기본동력인 스몰 비즈니스 보호 및 지원받을 수 있는 힘, 혹시 있을 수 있는 불행한 사태로부터 한인사회를 보호할 힘, 바로 이것을 만드는 11월 4일, 한인 유권자들은 그 책임감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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