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心)

2008-10-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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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홈 아트 갤러리)

사람의 마음을 학술적으로 논한 것은 한국 성리학의 심성설 중 ‘논사단 칠정서’라고 볼 수 있다.추만 정지운의 천명도(天命圖)를 퇴계가 개정한 데서 고봉(高峯 1527~1572)이 개전설에 질의와 반론을 던짐으로서 8년이란 세월 동안 사색의 반추와 침잠을 통해 그 내용이 갈고 닦여졌던 것
이다.그 후, 조선의 유학자들은 ‘사단칠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학자의 대우를 받지 못할 정도로 ‘사단칠정’의 문제는 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견해에 따라 그 학파까지 결정되었다. 주리파, 주기파, 영남학파, 기호학파, 퇴계학파, 율곡학파.
사단(측은함, 부끄러움, 사양, 시비)은 리(理)로부터 나오고 칠정(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은 기(氣)로부터 나온다.

사단의 리(理), 칠정의 기(氣) 모두가 마음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보자.사람의 몸뚱아리를 모두 해체해 봐도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수 없다. 보편적으로 심장을 마음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현대의술은 심장을 이식할 수 있다. 예로서 A라는 사람의 심장을 B라는 사람에게 이식했다면 B의 마음이 A의 마음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아니면 정신과 의식, 두뇌작용이 마음일까? 육체와 정신 모두가 마음이다.마음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호수같은 고요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잔잔한 물결에 파도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혼탁하면 혼탁할수록 비례적으로 마음의 갈등 진폭이 커진다. 그래서 죽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미술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아주 색다른 문제를 내놓았다. 형체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기 마음을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크레용을 손에 쥐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시간만 흘러간다. 힐끗 선생님을 쳐다보았다.너희들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책만 읽고 계신다. 그려도 좋고 안 그려도 좋고, 장난치는 아이, 빨강색만 직직 긋는 아이, 파랑 노랑 색색가지 무늬를 놓는 아이, 각양각색이다.

화장실 벽에 낙서하듯 아이들 마음대로 낙서를 한다. 수많았던 선생들, 그리고 엄숙했었던 그 많은 수업시간들. 그러나 그렇게 자유롭게 보낸 한시간을 흰 머리가 솟구치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현대미술의 추상화를 처음으로 가르쳐 주신 훌륭한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추상화의 추상적 개념은 사랑의 감각으로부터 물리적 대상들의 이상적인 속성에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이 마음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무척 혼탁해지고 산만해져 있다. 이럴 때는 우리 모두 추상화를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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