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장로교회를 개척해 24년간 담임했던 이순각 목사가 목회를 접는다. 하지만 내년 봄 페루 선교지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 26일 갖는 은퇴예배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고식이다.
평양신학대학을 나온 목사 아버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들어선 이 목사가 안수를 받은 해가 1971년. 4년 후인 1975년 도미해 매디슨한인교회, 시카고 영광교회, 워싱턴 영락교회를 거쳤고 시온장로교회에서 목회 여정의 반 이상을 보냈다. 1968년 서울 문화교회 전도사로 임명받은 때부터 계산하면 올해가 꼭 40년째다. 중학교 때부터 설교했던 것을 감안하면 복음 전도의 인생은 훨씬 더 길다.
이 목사는 “지난 몇 달간 휴가 차 한국에 나가 있으면서 할아버지 대접을 받으니 꼭 연극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마음은 항상 청년들과 씨름하던 젊은 시절에 가 있다”고 말했다.
페루 선교는 처남 황윤일 선교사가 복음으로 길러내고 도시로 내보낸 청년들을 재교육하며 장차 그 나라의 일꾼으로 키운다는 비전이어서 이 목사 부부는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천주교가 강한 나라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아이들이 신앙을 제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땅히 갈 만한 교회도 없구요. 지금 당장 헌금을 많이 걷지 못하고 열매가 없어도 이들을 위한 사역은 너무 중요합니다.”
이 목사의 앞으로의 사역을 자세히 설명하면 황 선교사가 시작한 호산나학교 졸업생들 가운데 대도시 ‘리마’로 나온 학생들을 돌보며 신앙 훈련을 해주는 일이다. 뿌깔빠에 있는 호산나학교는 21년째 페루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황 선교사가 자녀 교육 환경이 너무 열악해 자구책으로 유치원부터 시작한 게 고등학교까지 갖추게 됐다.
황 선교사나 이 목사는 호산나학교가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대, 이화여대처럼 페루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배출해주길 꿈꾸고 있다. 마침 황 목사는 연세대가 몸을 돌보지 않는 희생과 헌신으로 모범이 된 선교사들에게 수여하는 ‘언더우드상’을 3년 전에 받았으니 우연은 아니다. 일본계 후지모리 수상이 재임할 때는 감사장을 받을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이 목사의 선교 열정도 남못지 않았다. 전북 무주군 청량리에, 페루 리마에, 카자흐스탄의 알마타에 각각 교회를 세웠다. 이 목사는 “시온장로교회를 담임하는 동안 부지를 구입했었는데 정작 새성전은 짓지 못했다”면서도 섭섭하지는 않은 듯 했다.
이 목사의 목회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섬김’이다. 이민자로서 가정과 교회, 직장생활이 안정이 안된 성도들이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자 애썼고 캐리 아웃에서, 세탁소에서 힘들게 일하는 성도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목회자란 결국 예수님이 어떻게 하셨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는 선배 목사의 신념이다.
“나는 이제 불이 붙은 아궁이에 채 들어가지 않고 타다 남은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겸손해 하는 이 목사는 한국에서 연극과 워십댄스, 찬양 등 청년 기독문화를 선도했던 젊은 목회자 시절의 열정을 그대로 가슴에 품고 있다.
은퇴예배는 26일(일) 오후 5시에 실버 스프링 소재 시온장로교회(김성진 목사)에서 열리며 이 목사는 원로목사로 추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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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