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구 못찾는’ 연방정부 셧다운…5일부로 ‘역대최장’ 36일

2025-11-04 (화) 04: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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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서 임시예산안 14차례 부결…항공 지연 등 시민 불편 확산

▶ 저소득층 4천200만명 식비도 위태…지방선거 이후 돌파구 마련될지 주목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5일 역대 최장(36일)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민주당의 이견으로 임시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지난달 1일 시작된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도 커지고 있다.

4일 연방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임시예산안에 대한 14번째 표결이 이뤄졌지만 찬성 54대 반대 44로 또다시 부결됐다.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화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또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동의해야 임시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일단 정부를 정상 가동한 다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오바마 케어를 이용하는 평균적인 미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은 114% 늘어나고 400만명의 미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에서 민주당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성실한 미국인들의 고통보다 급진 좌파 지지층의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반대해 촉발된 셧다운 사태로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종결(핵옵션 가동)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며 공화당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셧다운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핵옵션'은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것인데, 상원의 협치 문화를 파괴해 핵폭발처럼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의미에서 '핵옵션'으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셧다운은 결국 5일부로 36일째에 접어들며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종전 최고 기록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세워졌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201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35일간 이어졌다.

당시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의 장벽 건설 비용을 제외한 임시예산안을 의회가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끝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장기화로 악화하는 민심 앞에서 결국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첫해에 셧다운이 다시 시작되면서 연방정부 공무원 수십만명이 무급 상태에서 일하거나 강제로 휴직하는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항공 운송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항공관제사 1만3천명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관제사들이 결근하거나 휴가를 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미국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 지연·결항이 잇따르고, 승객들의 공항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3일 회견에서 셧다운이 다음 주에도 이어지면 "대혼란과 무더기 항공편 지연, 대규모 결항 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 관제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특정 공역(air space)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4천2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도 재원 고갈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연방정부의 비상기금을 활용해 프로그램 운영을 이어가라고 명령했지만, 현 비상기금은 11월 프로그램 운영비 9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양당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4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셧다운 사태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가 아니고 뉴욕시장, 버지니아주·뉴저지주 주지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치러지는 선거이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추이 변화를 짐작해볼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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