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냄새가 그립다

2008-10-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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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장)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명체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동물은 짐승에 따라 각각 다른 냄새가 있고 식물도 종류에 따라 다른 냄새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향기라고 한다.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도 냄새가 있다. 체취는 의식주(衣食住)와 환경에 따라 생기는 냄새고 사람 냄새를 이야기할 때는 체취가 아닌 사람 됨됨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말하며 우리는 그것을 인품(人品)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동양인들은 덕성과 지성을 겸비한 최고의 인격자를 가리켜 군자(君子)라 칭했고 선비들은 철따라 피는 꽃 중에서 매화(梅花), 란(蘭), 국화(菊花), 대나무(竹)를 가리켜 사군자(四君子)라 칭하고 묵화를 치며 군자의 도를 닦았다. 스무 살까지를 일생의 봄으로 간주해 매화와 같은 기상으로, 40까지를 란과 같은 자세로, 60까지를 국화와 같은 마음으로, 80까지를 대나무와 같은 절개로 살아 사군자의 향기를 고루 가지고 살기를 바랐었다.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의 꽃밭은 ‘맑은 기상’ ‘인내’ ‘순진무구’다. 스무 살까지는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라는 것이 보통인데 부모된 우리는 자손들이 매화와 같이 맑은 기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멀리 퍼뜨리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란의 꽃말은 ‘고결함’이다. 공자(孔子)는 삼십 이립(三十 二立), 사십 불혹(四十 不惑)이라 하여 나이 서른 살에 모든 기초를 세워 홀로 서고, 마흔 살에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였다. 란과 같이 고상하고 결백한 향기를 간직할 때다.가을의 찬서리에도 굽히지 않고 늦게까지 피는 국화의 꽃말은 ‘성실’ ‘청결’이다.

국화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으로 모든 꽃들이 지는 계절에 홀로 피어나 찬서리에도 그 모습이 아름답고 향기 또한 그윽해 어떤 꽃보다 으뜸이다. 60까지는 가져야 할 향기다.곧은 줄기에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꽃말은 ‘변함없는 절개’다. 후손이나 후배들에게 본이 되어야 할 인생의 막다른 어귀에서 뚜렷한 사상이나 철학 없이 오락가락하는 세태를 보면서 일생을 잘 정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나무의 꽃말을 되새기게 한다.우리 모두 맑은 기상과 고상하고 성실하고 변함없는 절개의 사람 냄새를 풍기며 살아 군자답게 일생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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