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의 감사

2008-10-16 (목)
크게 작게
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하이웨이 오른쪽 비상길에 차를 세우고 조금 전에 내게 있었던 일과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잠시 멍해진다. 내 오른쪽 선에서 나보다 조금 앞서서 가던 중형트럭에서 덜컹하더니 사람 머리만한 돌들이 대여섯개쯤 튕겨져 나오더니 “퉁퉁”튕기는 소리에 이어 내 차 밑에서 쿵쾅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유리가 머리위로 안떨어져 다행이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백밀러를 통해 차 밑쪽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차를 비상도로에 세웠더니 차가 앞으로도 뒤로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왜 내게?”라는 질문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였다. 새벽에 일어나 4-5시간 가량 가야 하는 교도소로 운전을 하고 가던 중 교도소에 전화를 해 보았더니 면회날짜가 아니어서 “어찌하나”라고 생각하다 가까운 곳의 싱싱교도소로 목적지를 바꾸고 다시 집에 들러 필요한 사식으로 깡통 음식들을 챙겨가지고 가던 중 그런 일이 생긴것이다.
우연은 없다고 믿는 나이기에 왜?라는 반문을 해 보지만 이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왜,하필?”…. 항상 늘 든든히 지켜 주신다고 믿는 하나님에 대한 어린아이같은 순간적인 반문이었다.


면회를 가서 그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소망과 의미를 전하고픈 열정하나로 그날도 기쁜 발걸음 이었는데 말이다. 얼마동안을 대답도 얻어내지 못한 생각에 팔려있다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 토잉카를 불러 차를 맡기고 겨우 집에 돌아와 혼자된 내게 “왜 이런일이?”라는 생각이 또 자꾸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던 중 십여 년 전의 일이 별안간 생생히 떠올랐다. 그 날도 한 전도사와 3-4시간 거리의 교도소를 가려고 올바니를 지나 90번 도로로 갈 때였다. 별안간 그 전도사의 차가 엔진이 꺼져버려 비상도로에 세워보니 완전히 차의 시동이 꺼져버렸다. 토잉카를 부르고 차안에서 기다리던 중 갑자기 “콰당”하는 굉음과 함께 내머리는 천장에 크게 부딪치고 옆의 전도사님은 운전석 문이 찌그러지면서 무릎을 부딪쳤다.

지나가던 다른 차가 서있던 우리차의 왼쪽 앞면을 급속도로 들이받으면서 대여섯 바퀴를 빙글빙글 돌고 저만치 쳐박혀 버렸기때문이다. 숨이 멎는것 같았다. 저 안의 사람은 어찌되었을까? 한참을 멍하니 보는데 천천히 문을 열고 그 차 속을 비집고 나오는데 다친 것 같진 않았다. 기적같았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한국사람이었다. 올바니도 한참 지난 먼 이곳에서 한국사람이 하필 우리차를…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캐나다에서 차로 내려와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마치고 사업때문에 곧바로 캐나다로 가던중 졸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것이다.

결론은 그 사람을 멀쩡하게 살리려고 우리는 그렇게 거기서 가장 알맞은 각도로 정확히 받히고 있었기에 우리 셋은 멀쩡하고 차두 대는 완전히 박살을 내는 기가막힌 시나리오 속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저 하신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우리가 뭐라 하기 전에 “앞으로는 꼭 교회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두 분을 통해 저를 이렇게 절묘하게 살리셨잖아요”하는 것이었다. 그 먼 곳에서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과정과 결과가 정말 신기하고 오묘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우연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날 일어난 돌멩이 사건에 의아해 있는 내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져 옴은 무슨 뜻일까? 내가 만약 집에 들르지 않았다면, 조금더 늦거나 빨리 갔다면? 그건 모를 일이다.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바로 그것은, 나는 알지 못하지만 이번에도 하나님의 절묘한 도우심으로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고 무사한 “나”라는 존재가 있게되고 그런내가 해야 할 것은 그저 감사일 뿐이라는것을 분명하게 알게 된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