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자유주의가 대형 금융위기 초래

2008-10-14 (화)
크게 작게
이원일(우정공무원)

미국의 금융대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 대출)사건을 원인으로 헤지나, 사모펀드가 야기한 것으로 귀결한다. 펀드란 다수의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그 중 연,기금 뮤추얼 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가 주로 대표적이다.

연,기금과 뮤추얼 펀드는 공개적으로 운용되고 장기투자를 하는 반면 헤지나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가 중심으로 단기 수익을 노리며 폐쇄적으로 운용되는데 금번 월가 금융대란도 헤지나 사모펀드가 규제나 감독 없이 수많은 파생 상품의 이익을 좇다가 생긴 금융사고다.봉건제에 이어 나타난 자본주의는 18세기 말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자유주의)에
근거해 더 많은 부(富)를 축적하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기아와 아사 지경으로 몰고간 자유방임주의 결정판인 1929년 금융 대공황을 일으켰다. 이의 해결을 위해 뉴딜정책을 주창한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보호주의) 탄생,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간을 상호 분리해 금융시장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규제로 ‘클래스-스티걸’ 법을 제정, 고객의 예금을 취급한 상업은행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정부 감독과 규제로 보호주의를 각국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50년을 적용해 오다 1980년대 들어 규제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고 물가가 오른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주장, 규제 철폐를 강력 요구한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후부터 감독이나 규제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헤지, 사모펀드가 급성장, 각종 제조업에서 3류 국가로 밀려난 미국을 최고 경제 강국으로 단시일 내에 격상시키는 근간이 되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1929년 금융대공황 전까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투자은행(IB)들이 다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등에 업고 금융시장 주역으로 부상, 추종을 불허한 자본력의 횡포와 상전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30년도 채 안돼 공기업인 페니메이 및 프레디맥을 비롯,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3대 회사로 지칭된 베어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와 AIG, 워싱턴뮤추얼, 와코비아 등 대형 업체가 추풍낙엽 되면서 1929
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를 초래, 금융자본주의 종말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몰락 등 세계 최고 금융산업국이 이제는 옛 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처럼 국가 감독이나 규제들을 철폐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서민층이나 중산층 보호보다는 부유층(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고무풍선에 바람을 조절(규제와 감독)없이 넣다보면 월가 금융파산처럼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는것이 기본적인 경제이론(케인즈)인데 겪어야 하는 고통은 투자은행들의 임직원이 아닌 서민 및 중산층의 몫이라는 데 큰 문제가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확정된 금융위기 공적지원금액은 1조640억 달러(7,000억 달러 포함)로 지난 해 국내총생산(GDP 13조8,000억 달러)의 7%가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고 한화로는 1,200조원이다. 1997년 IMF 당시 한국의 10년간 구제지원(168조원)은 비교할 수도 없고, 미국 역사상 뿐 아니라 세계사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인데 재정은 어디서 나오나? 매년 보너스로 수천만 달러씩 받고 연봉도 서민들의 350배씩 받는 그들의 호화판 생활, 뒤치닥거리는 가슴 아프게도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예상되는 금번 금융위기 파생상품액이 50조 달러를 상회한다는데 1조 달러(구제조정 비용)정도 가지고 곪아가는 환부 처리가 가능할 것인가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을 수습하고 반세기 이상 안정과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했던 보호주의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극렬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신봉자들까지 구원투수로 정부 개입을 절실히 요구함을 볼 때 그동안 폐기됐던 각종 규제를 신설 강화하고 강력한 정부 감독만이 필연적으로 사료되며, 아울러 Free Trade Agreement(FTA) 협정도 신자유주의 마지막 파생상품임을 밝혀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