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팔루사’(Appaloosa)

2008-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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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½(5개 만점)

‘아팔루사’(Appaloosa)

버질(왼쪽부터)과 앨리슨과 에버렛의 식탁에 랜달이 찾아와 말을 건넨다.

‘아팔루사’(Appaloosa)

에버렛(왼쪽)과 버질이 무뢰한들과의 결투장으로 향하고 있다.

“건맨, 악당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시오”

사나이의 우정과 의리
로맨스와 결투까지
즐길만한 ‘정통 웨스턴’

과묵한 사나이들 간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동네를 말아 먹으려는 갱두목과 호텔 바에서 일하는 여인과의 로맨스 및 최후의 총격 대결이 있기까지의 간헐적 정의한 대 무뢰한 간의 총격전 등 전통적 웨스턴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점잖고 의젓하고 즐길 만한 영화다.


배우 에드 해리스가 ‘폴락’ 이후 첫 번째로 연출하고 주연도 한 영화로 하워드 혹스가 감독하고 존 웨인이 나왔던 웨스턴 ‘리오 브라보’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폭력이 있으면서도 종종 코믹하고 유머감각이 있어 작품 분위기에 특이한 색감을 갖추어 준다. 영화에서 특히 볼 만한 것은 해리스와 그의 오른 팔인 건맨으로 나오는 비고 모텐슨 간의 콤비다.

뉴멕시코의 아팔루사 외곽에서 무뢰한 졸개들과 살면서 이 동네를 말아 먹으려고 호시탐탐하는 갱 두목 랜달(제레미 아이언스가 뱀 같고 하이에나 같은 연기를 잘 한다)이 자기를 체포하려는 동네 마샬과 그의 두 조수를 살해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마을 유지들이 마을의 안전을 위해 고용한 두 사람이 총잡이 버질(해리스)과 에버렛(모텐슨). 둘은 모두 말쑥하게 차려 입고 과묵한데 유지들과 자기들의 조건 하에서 마을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합의한다.

버질과 에버렛은 자기들을 시험하러 온 랜달의 세 졸개들을 간단히 처치한다. 이어 랜달이 둘을 찾아와 가시 돋친 말을 남기면서 이들 간의 종국적 유혈극을 예고한다.

마을에 자칭 요조숙녀라는 미망인 앨리슨(르네 젤웨이거는 잘못된 배역 선정이다)이 찾아들어 호텔 피아니스트로 취직한다. 앨리슨에게 대뜸 반하는 것이 버질. 에버렛은 뒷전에서 버질과 앨리슨의 구애와 호응을 관찰하며 즐긴다. 그런데 에버렛은 앨리슨의 진짜 내면을 알고 크게 실망하나 이를 버질에게 알리지 않는다.

한편 랜달의 졸개로 두목의 살인을 목격한 젊은이가 버질을 찾아와 자기가 증언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영화가 긴장감을 갖춘다. 버질과 에버렛은 이 젊은이를 영창에 가둬 놓고 판사가 도착하기까지 랜달과 그의 졸개들로부터 보호한다.

재판이 열리고 랜달은 유죄판결을 받으나 앨리슨을 납치해 도주하면서 버질과 에버렛이 이들의 뒤를 쫓는다. 그러고도 이야기는 여러 가지 잔가지를 치면서 한참을 계속된다. 한 가지 잘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사람 잡는 명수인 버질이 도대체 무얼 보고 앨리슨에게 빠져 그녀의 속성을 알고도 버리지 않는 것인지. 조금 더 사납고 치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즐길 만한 정통파 웨스턴이다. R. WB. 아크라이트 랜드마크, 그로브, AMC 샌타모니카, 패사디나 파세오14 등.

박홍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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