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2008-09-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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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태어나는 순간 사람의 앞길은 정해질 수도 있다. 어떤 부모의 밑에서 어떻게 태어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앞날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사람의 한 평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힘과 관심이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가문과 피를 이어 받는다. 그 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진 양가의 피다. 가문은 전통이, 피에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가문의 전통과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사람의 장래 유형이 결정되기도 한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말이 이런데서 나온다. 집안의 전통과 유전자는 어느 정도 사람의 성품을 결정지어준다. “며느리 감을 보려면 그녀의 어머니를 보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기에 그렇다. 어느 누구도 가문의 전통과 부모의 유전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렇듯 사람에겐 선천성이 있다. 그리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선천성과 후천성의 결합에 있다. 타고난 기질은 선천성이다. 다분히 유전적이다. 하지만 가문의 전통도 영향을 미친다. 어진 부모 밑에서 착한 자식들이 태어난다. 매사가 긍정적인 부모 밑에선 당당한 자식들이 태어난다. 부전자전, 모전여전이다.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 났다고 그대로 성품이 100%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후천성이 있기 때문이다. 후천성은 가정교육, 학교교육, 종교교육, 사람과의 만남, 환경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중 교육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쓸모 있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교육을 통해 사람은 인격자로 성숙되어진다. 후천성의 영향이다.


고아들이나 편부, 편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양쪽의 보살핌을 다 같이 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잘 자라 영향력 있는 사회의 지도자나 훌륭한 사람들이 되었다면 정말 장한 일이 된다. 부모가 가난해 고학을 하여 자신의 길을 닦은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공부하여 사회의 지도자들이 된 사람들도 장한 일이 된다. 부모가 이혼한 상황, 즉 계부나 계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도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 열심히 공부하여 크게 된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다. 현재 민주당 미국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처럼 부모가 이혼했다해서 자녀들이 모두 다 잘 안 되는 것만은 아니다.

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어느 특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부모의 영향과 도움 없이 성공하는 예는 드물다. 태어나는 순간 사람의 앞길은 정해지는 쪽이 더 많다. 운명론적인 것은 아니다. 좋은 집안과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니 그만큼 혜택을 보고 자라서 그렇다. 그런 사람들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그들의 앞길은 보장된다. 흔히 보는 일이다. 의사에 집안에서 의사가, 정치가의 집안에서 정치가가, 법관의 집안에서 법관이, 학자의 집안에서 교수가, 공무원의 집안에서 공무원이, 예술가의 집안에서 예술가가, 음악가의 집안에서 음악인이, 사업가의 집안에서 사업가가 태어나 길러짐을 본다. 부모의 영향력이 대를 잇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영향을 받는 증거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부모를 잘 타고 나면 평생 호강한다. 반면, 부모를 잘 못 타고 나면 평생 고생만 하다 간다.”고. 이 말은 긍정할 수도 있고 부정할 수도 있다. 맞는 사람도 있고 안맞는 사람도 있기에 그렇다. 부자 집에서 태어났으나 홀딱 까먹고 빈털터리가 되는 사람이 있다. 별 볼일 없는 가정에 태어났으나 대통령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류로 볼 때, 상류층에서 태어나면 별 노력도 없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다. 부모의 덕, 태어난 복이다. 서민층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수십 배 노력해야 상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 혼자 노력해야 된다. 빈곤층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상류사회 일원이 되기가 서민층보다 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사회 신분상의 간격을 좁히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태어나는 순간 사람의 앞날이 확실히 정해지는 나라가 있다. 인도다. 4계급으로 나누어진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사람의 태생에 따라 운명이 결정지어진다. 그러나 그런 인도에서도 요즘 신분계급 타파를 위한 노력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한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사람의 한 평생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태어날 때의 부모의 사회적 위치와 힘이다. 부시는 아버지 부시의 영향력으로 대통령을 두 번이나 하고 있다. 태어난 대로의 덕을 본 가장 좋은 예다. 하지만 고학을 하여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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