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토막 난 여인’(A Girl Cut in Two)

2008-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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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토막 난 여인’(A Girl Cut in Two)

가브리엘은 아버지뻘인 샤를르를 깊이 사랑한다.

‘두 토막 난 여인’(A Girl Cut in Two)

타락한 폴은 가브리엘에게 병적으로 집착한다.

한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 사랑

남자엔 ‘불행과 비극’
여자엔 ‘최후의 미소’

부르좌의 위선과 허위와 허세 그리고 내적 공허를 블랙 유머를 섞어 냉소하기를 즐기는 프랑스의 명장 클로드 샤브롤의 사랑과 욕정과 집념 그리고 살인을 다룬 에로틱하고 우아한 작품이다. 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사이에 놓고 두 남자가 서로 밀고 잡아당기는 사이 이 여자는 심적으로 크게 다치나 영화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부르좌인 두 남자에게 불행과 비극을 안기고 여인은 최후의 미소를 짓는다.
영화는 또 계급의식과 함께 사랑의 이중성을 다루면서 두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병렬식으로 묘사해 계속 관객의 관심을 요구한다. 타락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잘 짜인 작품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감독의 심리 조작술이 훌륭하다.
리용. 금발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역 TV 날씨담당자인 가브리엘 드네지(뤼드빈 사니에)는 책방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둘이 산다. 가브리엘은 직업에 충실하나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여자다.
가브리엘의 어머니의 책방에서 나이 먹은 유명작가 샤를르 생-드니(프랑솨 베를레앙)의 신작 서명이 있는 날 방송국에서 잠깐 서로 눈이 마주친 샤를르와 가브리엘이 재회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즉각 정염의 섬광이 번득인다. 둘은 즉시 연인 사이가 되는데 가브리엘은 자기보다 30년 이상 나이 먹은 샤를르를 영육을 다 바쳐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25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말끝마다 “난 당신 없으면 못 살아”를 반복하는 샤를르의 가브리엘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 그는 가브리엘에게 “나는 너를 내가 지금껏 사랑한 어떤 여자보다 더 사랑한다”면서도 그녀를 방기, 가브리엘은 상사병으로 몸져눕는다.
가브리엘의 두번째 남자는 제약회사 상속자인 금발의 젊은 미남 폴 고당스(베놔 마지멜). 골수까지 방종끼가 스며든 폴은 역시 책방에서 가브리엘을 보고 첫 눈에 반해 집요하게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폴은 가브리엘에게 대뜸 결혼하겠다고 까지 말한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샤를르를 가슴에서 지울 수가 없어 폴을 거부하면서 폴의 집념은 거의 병적이 된다.
샤를르가 중산층 친구들과 함께 드나드는 개인 클럽에서의 가브리엘의 경험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촉진시키는 충격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특히 멋쟁이 차림에 머리칼을 이마 위로 내려뜨린 마지멜의 사이코성 연기가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베테런 베를레앙과 도전적인 모습의 사니에 그리고 조연진의 연기도 모두 좋다. 촬영과 음악도 아름답다. 20세기 초 뉴욕서 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성인용. IFC. 1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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