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그들만의 성(城)

2008-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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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 1부 기자)

뉴저지 버겐필드 소재 한국 실버타운(영어명 버겐 커먼스)의 사태를 결정하는 재판이 다음주 해캔색 소재 버겐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당초 노인들이 계약한 가격에 현아파트에서의 거주 유무를 판결하는 예비중지판결(Preliminary Injunction)은 형평법(Equity) 사건을 다루는 형평법 법원(Chancery Court)에서 12일 진행된다.

이와는 별도로 건물주 니콜라스 로톤다씨가 노인들의 즉각 퇴거를 요구하는 즉각퇴거명령신청서(Summary Disposses)를 버겐 카운티 법원에 최근 제출, 건물주·세입자 법원(Landlord Tenant Court)에서 공판날짜는 16일로 최종 결정된 상황이다. 투자가 김모씨가 로톤다씨와 지난 12월 매매 계약 체결 후 클로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인 노인들은 김모씨를 대행한 신모씨와 월 300~500달러의 렌트 계약을 마치고 2월부터 입주했다.
로톤다씨와 김씨간의 매매계약이 틀어진 현재 노인들은 건물주 로톤다씨로부터 현재1,500~1,800달러의 임대료를 요구받고 있고, 애초 계약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노인들과 이에 대응하는 로톤다씨의 공방은 법원에서 끝이 날 전망이다.


정황을 따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75가구에 달하는 이 많은 노인들이 황혼의 여유를 누릴 나이에 어쩌다 송사에 휘말려 속을 태우게 된 건가 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긋한 연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나선 노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대의원회를 구성했다. 그간 이들이 가진 회의는 20여 차례에 달하며 지난 8월16일을 기점으로 ‘입주노인들의 외로운 호소’라는 호소문을 뉴저지 일원 교회와 단체에 배포하며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600여건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건물주로부터 한달여전부터 아파트 주차장의 주차료 인상과 보안등 소등, 회의실 이용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니 건물안팎에서 노인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인터뷰를 위해 모인 대의원 및 관계자 7인은 법적인 절차라는 것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건물주, 투자가, 대행업자 등이 얽힌 복잡한 사안이지만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한인사회의 무관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민 1세로서 청춘을 땀 흘리며 보냈지만 노년만큼은 한인 노인들끼리 벗 삼으며 서로 위로코자 다른 지역 노인아파트 입주자들까지 이곳으로 옮겨 왔다”며 “문제가 불거진 후 여러 한인단체를 전전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어 아쉬웠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입주자들은 과거 몇몇 비슷한 케이스를 모으며 12일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인 데이빗 프론필드 담당변호사에 의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
객창한등(客窓寒燈),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은 중학시절 배운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한인노인 입주자들의 애처로운 처지는 그저 지켜만 보는 것도 버겁다.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그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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