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훌륭한 2인자

2008-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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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2인자에 대한 관심이 요즈음 어느 때 보다도 고조돼 있다. 오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흑인 오바마 민주당 후보진영의 조셉 바이든 상원위원장과 선거 사상 최고령인 백인 메케인 공화당 후보간의 사이에 지목된 40대 미모의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등 두 부통령 후보 간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2인자들의 면면은 벌써부터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그들의 역할과 활약이 양 후보 당락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들의 각축이 이번 미국 대통령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벌써부터 페일린은 10대 딸의 혼전임신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개인의 문제다” “도덕성에서 안 된다” 라고 말들이 무성한데 이런 논란을 딛고 그가 과연 2인자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인자에게 있어 2인자의 역할은 새삼 말할 필요 없이 중차대한 문제이다. 1인자의 성공은 2인자의 역할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인자란 1인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말없이 그를 위해 희생하며 그의 분신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보좌하는 사람이다. 또 1인자가 실수해도 이를 자신의 잘못인 양, 받아주고 대신하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익이나 영달을 추구하는 사람은 진정한 2인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보면 2인자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 1인자가 역사적으로 죄인이 되거나 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거나, 감옥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고대에는 공을 세운 탁월한 2인자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모택동을 보좌한 주은래가 오늘날까지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2인자로서의 역할을 너무나 잘 수행해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2인자의 역할이 강조됨은 그의 역량에 따라 1인자의 리더쉽이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국가나 조직, 혹은 기업이나 가정의 모든 환경과 여건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정치에서만이 아니다. 가정이나 사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인자를 보좌하는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조직이 변하고 직장이나 단체, 가정이 변화될 수 있다. 세계 일류기업도 보면 제반능력을 갖춘 리더가 있지만 그 주위에는 리더를 뒷받침해주는 뛰어난 2인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리더보다도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다른 입장으로 2인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명예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1순위로 택한 사람들이다. 세계굴지의 기업의 성공은 바로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1인자를 특별히 보좌한 2인
자의 공이 있었기에 모두 가능했던 일이다.

진정한 2인자란 윗사람한테는 좋은 참모가 되면서 아래 사람들이 말하는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사람, 위, 아래 중간에서 분위기를 잘 조성해 화합을 도모하는 사람, 공은 윗사람에게 넘기되 죄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지는 그런 사람을 말함이다. 그런데 한인들은 너도 나도 2인자가 되기보다는 모두가 1인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본다.
우리 커뮤니티가 발전을 하자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1인자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훌륭한 2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야 된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어디서고 나서기를 좋아하고 1인자가 아니 되면 하던 일도 마는 근성이 있다. 그것은 가정은 물론,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비록 자기의 얼굴은 안 보이고 빛이 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1인자를 내세우고 아래 사람들과 잘 화합하며 훌륭한 차석이 되는 것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리 없이 묵묵히 일하고 희생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진 2인자가 있어야 가정과 조직, 기업체가 바로 설 수 있다. 너도 나도 주인이 되려고만 하면 자연히 시끄럽고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가정에서 만일 2인자인 어머니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결국 1인자인 가장이 이끄는 배가 난파, 좌초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가정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 말없이 희생하고 땀 흘리며 수고한 어머니가 가정에서 존경을 받는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양념역할을 잘 하는 그런 인물이 많을 때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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