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벌떼 작전의 위기

2008-08-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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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Fairfield Trad.)

AP통신이 전한 바에 의하면 내년부터 미국 여자 프로골프협회(LPGA)는 모든 선수들에게 영어 상용을 의무화하기로 한다고 한다. 기존 멤버들에게도 영어 구술 평가를 실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2년 동안 참가를 막는다고 한다.

현재 LPGA에 등록된 선수 120여명 중에 한국선수가 45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과거 한국의 입상한 선수들 중에 입상 소감을 지켜본 결과 거침없이 영어로 구사한 선수는 불과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이 계획이 확정된다면 누구보다 한국 낭자군단에서 입을 피해는 명약관화하다.한국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같은 LPGA 방침을 전달했다고 골프 위크 매거진이 보도하였다는
소식은 우리 대한민국 국적의 여자 골퍼들에게는 한가지 더 부담을 안겨준다.


LPGA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어느새 부터인지 백인 일색의 푸른 초원 위에 동풍이 불어 동양에서 온 황색의 홍안(紅顔)들이 본 바닥의 선수들을 밀어내고 우승컵을 안아 감격하는 모습을 보고 배가 아파하는 속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거기에다 우승 인터뷰에서도 통역을 대동하는 장면을 보고 영어권의 시청자는 답답하고 식상하기도 했을 것이며, PGA에 비하면 스폰서까지 떨어져 나가 메이저 TV방송은 중계마저 사양하니 갖가지 묘안을 처방하였으리라.

스포츠의 국제대회에서 영어 사용은 하나의 무기도 되겠다는 단적인 한 예를 보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지난 21일 노르웨이와 대전하였던 한국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에서 경기종료 전에 한국선수가 골인을 시키고 한국의 승리를 확신한 순간이었으나 심판의 오심으로 한국이 분패한 일이다.규정상으로 한국선수 팀이 이겼고 비디오 테입 검증에서도 한국의 승리가 확실한데도 심판이 오락가락 판정을 뒤엎었을 때 한국측 감독이나 임원진이 이의를 제기한 모습을 TV로 지켜볼 적에 그들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제스추어나 짧은 시각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그 항의의 대화가 한국사람에게 하는 한국어였다면 상황 설명이 그렇게 짧게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니 영어를 원활하게 하는 임원이었다면 판정을 뒤웅박처럼 오락가락 하는 심판에게 한국측 우승의 확실한 쐐기를 박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어차피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고 한국에서 영어교육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차세대들은 앞으로 영어를 잘들 하겠지만 당장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한인 여자 골퍼들은 연습시간 쪼개어 영어공
부에도 힘써야 할 때가 되었다.

껀(件)만 생기면 촛불 들고 몰려드는 한국의 촛불시위족들이여, 서울 시청앞의 잔디만 작살내지 말고 미국의 LPGA 본부 앞에서 촛불시위 할 때가 지금이다. 촛불 시위는 이럴 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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