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악, 최선, 최고

2008-08-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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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목사/뉴욕그리스도의 교회)

24일 폐막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7위에 올랐다. 메달 숫자와 순위보다 더 값지고 가슴 뭉클했던 것은 거기에 밴 선수들의 땀과 눈물, 좌절을 이겨낸 인간 승리 드라마다. 국민은 이를 보며 행복했다.특히 야구팀은 폐막 막바지에 남자 구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을 열광시켰다. 아시아 야구의 맹주라 뻐기던 일본, 야구의 본산 미국, 아마 야구 최강 쿠바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상대를 하나 하나 차례 차례 꺾어가며 감동을 키워나갔다. 케네디스코어, 역전승, 콜드게임, 9전 전승 등 감동의 연속이었다.

결승전에서 쿠바와 경기를 할 때 9회말 원아웃에 주자 만루가 되었다. 포수는 퇴장조치를 당하고 투수와 포수가 교체되었다. 정말 최악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환경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보게 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일어설 수 있으며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역도의 이배영 선수는 인상 한국기록을 세웠고 용상을 들 때 균형이 가장 중요한 역도에서 한쪽 다리가 쥐가 났다는 것은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가 온 것이다.그러나 그는 다시 바벨을 들었다. 일어서지 못하고 두번째는 넘어지면서도 바벨을 놓지 않는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은 알았다. 메달이 없어도 최선을 다한 그에게 박수로 메달을 달아주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9회 말이라 할지라도 정성을 다하여 스트라이크를 던진 투수의 모습에서 우리들은 최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게 된 것이다.육상 110m 허들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중국의 영웅 류시앙이 아킬레스건 부상 악화로 대회를 포기했다. 최선을 다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중국인들은 크게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하였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은 탄자니아 육상선수는 피를 질질 흘리는 다리를 끌고서 무려 4시간 넘게 달려왔다. 그가 4시간여 만에 마지막 종착선을 넘어섰을 때는 경기장 안에 이미 어둠이 깔린 상태였다. 그가 피 흘리는 다리를 끌고 경기장 안에 들어섰을 때 관중들 전원이 일제히 일어나 감동에 찬 박수를 쳐 주었다. 그 박수는 오랫동안 그칠 줄을 몰랐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의 조국이 이 먼 이역만리 땅으로 나를 보낸 것은 경기를 시작하라고 보낸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경기를 끝까지 마치라고 보낸 것이다”라고.

최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아니한다. 한쪽 팔이 없던 탁구선수, 한 발이 없는 수영선수, 동메달을 딴 한국의 여자 핸드볼 선수, 그들은 바로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금메달은 기록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면 박수와 격려는 진심을 전하는 또 하나의 최고 메달인 것이다. “내 목표는 단지 6점에 도달하는 거예요” 열 여덟 살 탁구선수 토미 프리시라의 꿈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 프리시라가 사는 바누아투는 인구가 21만5,000명 밖에 안된다. 그 중 탁구선수는 15명, 탁구대는 4개밖에 없다. 그는 6점에 도달할 꿈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프리시라는 행복하다고 전하고 있다. 최고의 메달은 바로 내가 갖고 있음을 아는 자가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리이다.

최악이라는 상황에 머물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최고의 자리에 서있게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맡겨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는 그만큼 가까이 있다. 지금이 바로 파이팅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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