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 인터뷰-‘열대 천둥’ 제작 주연 벤 스틸러

2008-08-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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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한 배우들 세상 그린것”

할리웃과 수퍼스타를 풍자한 액션 코미디 ‘열대천둥’(Tropic Thunder-지난 13일에 개봉돼 24일까지 총 6,570만달러를 벌며 개봉 2주째 흥행 1위)을 제작 감독하고 또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벤 스틸러와의 인터뷰가 지난 3일 LA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레이저 광선 같은 눈매를 지닌 스틸러는 질문에 직선적이요 솔직하게 속사포식으로 답했다. 코미디언이라기보다 사실적이요 실무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스타들에 각본 보냈더니
모두 흔쾌히 응해줘
‘드림 캐스트’ 구성한 셈


-어떻게 해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는가.
▲21년 전 나는 스필버그의 전쟁영화 ‘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에서 단역을 맡았었다. 당시는 ‘플래툰’과 ‘햄버거힐’ 등 베트남전 영화들이 만들어졌던 때로 내 친구들이 이들 영화에 나오면서 그 경험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때 난 배우들이 베트남전 영화에 출연한 뒤 돌아와 실전 같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단편영화로 찍으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었다. 그 뒤로 10여년 전에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마침내 3년반 전쯤 나와 공동각본가인 저스틴 테루는 각본을 새로 써 영화로 만들게 됐다.
-당신의 영화를 찍을 때 함께 일한 배우들과의 경험을 어느 정도 이 영화에 이용했는가.
▲영화 전체가 내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것이다. 배우들은 영화를 찍을 때면 모두가 어느 정도 불안해한다. 그리고 또 모두들 이고(ego)를 가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또 우리는 모두 지극히 황당무계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 상황은 세트에서의 압력 때문에 조성된다.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배우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사람이 다소 미치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인 우리가 미친 황당무계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작업이다. 어리석지만 그런 상황과 우리 자신을 놀려대는 것이다.
-어떻게 탐 크루즈 등 할리웃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모을 수 있었나.
▲나와 잭 블랙은 오랜 지기다. 각본을 제일 먼저 보낸 것도 잭인데 그는 대뜸 출연에 응했다. 난 다우니(로버트)는 잘 몰랐지만 영화 속의 역을 그보다 더 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각본을 보냈더니 그도 쉽게 응했다. 탐의 경우는 그의 반응을 얻기 위해 각본을 보냈었다. 그랬더니 그가 자기가 스튜디오 사장으로 나와 조롱거리가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내겐 드림 캐스트였다.
-이 영화가 전쟁풍자 영화로서 세계 도처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는 결코 전쟁풍자 영화가 아니다. 난 결코 전쟁을 우습게 묘사할 생각이 없다. 이 영화는 그보다는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런 생각이 그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일례로 영화에서 다우니 경우 자기의 영역을 넓힌다고 색소수술까지 하고 흑인으로 나오는데 그것은 잘못된 사고의 결과다.
-통상 영화 속 영화와 할리웃에 관한 영화는 장사가 잘 안 된다. 또 최근 관객들은 전쟁영화를 기피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염려되지 않았는가.
▲그건 이론적인 일들이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노골적인 코미디다. 관객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시사회서 사람들이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보고 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즐길 것이라는 사실을 감 잡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난 오랫동안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모험을 했고 이제 만족한다.
-영화에서 당신 팔뚝이 무척 굵던데 어떻게 준비를 했는가.
▲그냥 영화 찍기 전 운동을 좀 했다. 불법적인 약물을 쓰진 않았다.
-영화에서 로버트 다우니가 맡은 인물은 처음에 아일랜드인이었다는데 왜 호주인으로 바꿨는가.
▲그건 다우니가 내게 자기가 아일랜드 액센트보다는 호주 액센트 구사가 더 능하니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나온 결과다.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하이브리드차를 2대 갖고 있다. 프리우스와 렉서스 SUV다. 또 환경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알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이 영화의 감독이자 배우인데 당신이 연기할 땐 누가 ‘액션’이라고 말하는가.
▲내가 나보고 ‘액션’이라고 말하는 것은 해괴한 일이어서 조감독이 한다. 그러나 보통 ‘컷’은 내가 말한다.
-촬영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약 5개월이다.
-감독으로서 백인인 로버트 다우니가 흑인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객의 반응으로 판단하건데 굉장히 즐기는 것 같다. 그 역은 매우 도전적인 것인데 우리도 과연 이 역을 관객들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다우니가 맡은 역과 혼연일치가 돼 관객들이 그에 가장 큰 호응을 보이면서 그를 받아들였다.
-탐 크루즈가 할리웃 제작자로서 캐미오 출연을 했는데 그에 대한 관객 반응을 알아 봤는가.
▲다우니와 크루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컸다. 탐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역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는 맡은 역에 충실했고 또 그 것을 정말로 즐겼다. 그가 우스운 연기를 하는 것은 보기 힘든 일로 그는 참으로 재주가 있는 배우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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