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No Wrong Door

2008-08-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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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한미공공정책위 회장)

처음 카운티에 출근하던 날, 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근 25년만에 처음 아침 일찍 출근을 하여 정신도 사나운데 다른 부국장들이 온갖 자료들을 브리핑하면서 수많은 정보들을 쏟아 부으니 반은 졸면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행정용어와 컴퓨터 용어들은 약어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참 난해한데 ‘No Wrong Door’는 약어도 아니고 아리송한 것이 뭔가 궁금하였다. 그래서 물어보니 ‘보건과 복지에 대한 지역주민을 위한 통합 행정서비스 시스템’이었다.카운티 내에는 지역주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핸 8개의 독립된 기관이 있다. 제일 규모가 큰 사회보장국으로부터 보건국, 노인국, 정신보건국, 아동국, 마약 알콜국, 원호국, 지체장애보호국 등이 이것으로 이를 ‘Health and Human Service Divis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나로 묶었
다.


이제까지는 이 8개의 담당부서가 각기 다른 지역의 다른 건물에서 따로 따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주로 이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약자들인데 한 곳에 가서 도움을 못 받으면 또 다른 곳으로 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서 같은 과정을 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왔다. 그래서 문을 잘못 열고 ‘Wrong Door’로 계속 들어왔던 것이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항상 군림하는 입장인 정부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왔고, 부처별 이기주의가 심한 상황에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은 그렇게 정치적으로 도움되는 일은 아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져 왔던 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수오지 카운티장이 당선되자 마자 문 하나를 열고 들어오면 모든 행정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No Wrong Door’ 즉 한 곳에서 모든 행정부의 연관 기관을 모아놓고 주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카운티에서 주민의 사정을 경청하여 제공해줄 수 있는 모든 복지서비스를 한 곳에서 해결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멀쩡히 아무 이상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8개 부서를 갑자기 한 건물로 몰아 넣으려면 얼마나 큰 반대와 저항에 부딪쳤겠는지. 그러나 수오지 카운티장은 미국 지방 행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여 2년 전에 모든 부서들을 한 곳으로 모아놓아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였고 게다가 프론트에는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자신의 서비스 번호가 보여지고 어디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자세한 정보가 보여져 안내까지 해 준다.특히 Human and Health Service 부문은 8개 부서가 각기 다른 전산망으로 뉴욕주와 연결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뉴욕주의 복지예산을 집행하는 부서이다. 카운티 내에서 매년 이와같은 혜택을 받는 주민은 현재 약 25만명이 넘고 집행되는 예산만 수십억 달러나 된다.

이 모든 일의 마지막 완성작업은 사람의 신경줄처럼 얽혀있는 뉴욕주와 카운티의 복지예산을 움직이는 전산망을 합리적으로 통합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Consolidation (시스템 통합)하는 작업이다.카운티에 출근하자마자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총괄하여 지휘 감독하게 되었다. 매우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바쁘고 또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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