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려움 겪는 조선족 동포들

2008-08-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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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중국에서 온 조선족 동포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이곳 형사법원에 입건되는 수도 적지 않다. 이들은 언어와 제도의 이해 부족 때문에 유난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한국어는 일반 한국어와는 표현의 차이가 많아서 때때로 대화가 어려울 때가 많을 뿐 아니라 그들 중에는 중국어조차 능통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서 법원에서는 가끔 통역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고 사건에 관한 설명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족 동포들의 대표적인 사건은 마사지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은 탓으로 무면허 마사지 혐의가 그 주종을 차지한다.뉴욕주에서는 무면허 마사지를 교육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해서 중범(重犯-Felony)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사지는 영업 형식이 남녀가 접촉하는 일이라서 흔히 매춘업과 혼동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것은 매춘과는 달리 법이 정하는 면허가 없다는 범죄이지 매춘처럼 도덕 범죄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원에서 이런 혐의로 체포되어 입건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중범인 무면허 마사지 죄로 유죄판결되는 일은 아직 본 일이 없다. 대부분이 경범(輕犯-Misdemeanor) 또는 그보다 더 가벼운 형사범죄가 아닌 위반(違反-Violation) 정도로 끝나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미국의 형사법원에서는 사건의 거의 전부가 실제 공판에 들어가기 전에 검찰과의 유죄 형량 협
상(Plea Bargain)으로 끝나게 되는데 이런 사건으로 입건되는 사람들은 그 협상조건에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검사의 협상 제시가 중범, 경범 또는 위반혐의 중 어떤 것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인지 확인해야지 재판이 빨리 끝난다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

최근에 불법 마사지 혐의로 체포되었던 한 조선족 여인이 법원에 입건됨과 동시에 이민국의 신병인수 통고가 첨부되어 있던 사건이 있었다. 이민국의 신병인수 통고는 추방조치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통보이다. 알고보니 이 여인이 두번에 걸쳐 마사지 혐의로 체포된 경력이 있었는데 두번 다 매춘혐의로 유죄를 시인하고 사건을 끝낸 전과가 있었다. 당시 변호인과의 상담과정에서 사건 재판이 빨리 끝난다는 것에만 마음쓰고 있었지 그것이 매춘혐의에 유죄를 시인하고 끝난다는 사실은 본인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검사와의 협상에서 중범인 불법 마사지 혐의를 없애주는 대신에 경범인 매춘혐의를 인정하면 가볍게 사건을 끝내준다는 제의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본인은 매춘혐의로 유죄를 인정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 재판이 끝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런 사건의 경우 이보다 더 가벼운 위반혐의인 풍기문란(風紀紊亂)(Discorderly Conduct) 정도로 끝내주는 것이 관례이다.

이런 혐의로 입건되면 변호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불법 마사지는 비록 중
범 혐의이긴 하지만 이민국의 추방조치에 해당하는 범죄는 아니다. 반면에 경범죄인 매춘 혐의는 도덕범죄로서 이민국의 추방대상이 되므로 오히려 더 불리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또 위반 급인 풍기문란 혐의는 전과(前科)기록이 남는 형사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설사 처벌 없이 매춘혐의를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많은 경우에 위반(위違反)에 해당하는 풍기문란 혐의를 인정하고 얼마간의 벌금형을 받아들이든지 또는 며칠간의 봉사활동 일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6개월간의 기한부 기각 처분을 받는 ACD라는 조건 중에 선택하라는 권고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는 당연히 ACD를 선택하는 것이 후일을 생각해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ACD는 위반을 포함한 아무런 범죄기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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