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선수들 자랑스럽다

2008-08-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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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올림픽이 막바지다. 대한민국 대단하다. 태권도에서 금메달 3개를 더해 11개의 금메달을 확보했다. 일본보다 앞서 있다. 통쾌하다. 한국은 금 11개, 은 10개, 동 7개며 일본은 금 9개, 은 6개, 동 10개다(미국시간 22일 오후1시 집계현황). 한국이 세계 7위 일본은 세계 8위다. 한국은 당초 목표였던 금 10개를 훌쩍 넘어섰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아들딸들이다.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비디오를 안 본다. 좋아하던 ‘대왕 세종’도 미뤄놓고 있다. ‘일지매’도 뒷전이다. 올림픽이 끝나야 비디오를 대할 것 같다. 밀린 비디오를 보려면 시간께나 잡아먹을 것이다. 비디오 상점들이 울상이다. 가뜩이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비디오 대여가 줄어진 판에 올림픽까지 겹쳐 비디오 빌리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었단다. 4년마다 열리는 29번째 올림픽. 올림픽은 내일이면 끝난다. 올림픽의 꽃이랄 수 있는 남자 마라톤을 끝으로 폐막식이 이어지며 막을 내린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스촨성 대지진과 티베트 문제 등. 묻혀버리고 별 탈 없이 끝나나 보다. 100년 전부터 꿈꾸던 올림픽.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400억 달러를 들였다고 한다.

2000년, 중국이 올림픽 개최국으로 확정지어졌을 때 북경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때 북경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북경 공항 안엔 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는 축하의 깃발들이 물결처럼 펄럭였다. “정말 중국이 8년 후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낼 수 있을까.” 그 때의 그 생각은 한갓 기우에 불과했나. 화려한 개막식에 이어진 올림픽은 그대로 잘 끝날 것 같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감흥과 감정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승자가 되려고 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남을 죽이려는 싸움이 아니다. 승자와 패자. 마음껏 소리 지르며 외치는 승자들의 얼굴에서 환희와 기쁨을 함께 맛본다. 시무룩한 얼굴을 한 채 멀뚱멀뚱 쳐다보는 패자들의 모습 속에선 좌절을 함께 느껴본다.


승자와 함께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코치들과 부모들. 그들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승리할 수 있다. 뒷바라지 없이 승자가 되는 경우는 결코 있을 수 없다. 부모와 코치 뒤에는 나라가 그들을 밀어준다. 금메달을 따 내어 그들이 소속된 나라의 국가(國歌)를 전 세계에 퍼지게 할 때의 선수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나 하면 어이없는 부상으로 인해 예선서 탈락하는 선수들도 있다. 금메달을 8개나 목에 걸은 선수가 있나 하면 동메달 하나 따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200여 개국 1만 여명의 선수들이 참여하여 밤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 올림픽은 끝나가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할 때다.

올림픽을 볼 때마다 생각되는 것은 인간의 한계점이다. 세계 신기록을 내는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과 동시에 인간의 약함을 함께 느껴보기도 한다. 인간에게 새처럼 날개가 달렸다면 장대높이뛰기 같은 종목은 아예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물고기처럼 부레가 있고 지느러미와 꼬리가 달렸다면 수영에서의 빠름과 묘미도 별무일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갱신하는 것이 세계 신기록이다. 인간은 비행기를 만들었다. 사람을 수송하는 대형 여객기는 평균 시속 500마일에서 700마일 정도로 날아간다. 시속 5000마일로 나는 제트비행기도 나사(NASA)가 발명했다 한다. 이런 비행기에 비하면 100m를 9초69에 끊은 자메이카에서 출전한 볼트선수의 세계신기록은 별 것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달릴 수 있는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한 것에 세계는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 극복은 올림픽과 세계경기를 통해 조금씩 극복되나 그 기록은 긴 세월을 두고 아주 조금씩 향상된다. 아예 한계 극복의 불가능성도 있다. 인간이 날고 기어도 100m를 1초 안엔 뛸 수 없는 것 등이다. 그런데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있다. 인간의 두뇌 사용이다.
인간은 두뇌를 이용하여 비행기 등을 만들어 인간의 능력영역을 수백 수천 배로 키워내고 있다. 문명을 통한 인간 한계의 극복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를 갖고 있다.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 생전(生前)과 사후(死後), 생명과 우주의 신비들을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다.

하루 후면 끝날 북경 올림픽. 4년 후엔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올림픽이 끝나면 묻혀 졌던 중국의 티베트 억압이 다시 세계여론화 될 수 있을까. 미지수다. 미국 선수들 못지않은 한국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다. 이제는 뒷전에 두었던 ‘대왕 세종’과 ‘일지매’에게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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