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정’도 배워야 표현할 수 있어요

2008-08-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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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경(뉴욕가정상담소)

필자는 다양한 행동적 정서적인 문제로 인하여 부모 손에 이끌려 상담소를 찾아오는 아이들과 종종 만나게 된다. 어른과 아이들이 말로써 자신의 문제에 대해 감정에 대해 표현할 수 있으면 아이의 부모에게도 상담가에게도 아이를 이해하고 돕기가 너무 쉽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와 같은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들이 부모와의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필자는 아이들의 그와 같은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잘못된 것이 아님을 제일 먼저 가르쳐 주게 된다.상담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세상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가르쳐 준다. 분명 아이가 이미 느끼고 있는 감정이겠지만 아이들은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느끼고 인지하지만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이 어떤지 전달할 수 없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와 어른들은 ‘감정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로 표현하고 각각의 다양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배워야만 하는 것임을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인 것이다.
또 한가지 자주 겪는 오류로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감정 자체를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왜 우는데!” 등과 같은 질문은 그 자체가 아이로 하여금 소위 부모들이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들 “슬픔, 화냄, 우울함 등의 감정을 갖는 것이 잘못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로부터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억제하고 누르고 숨겨야만 하는 것’이라고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감정의 억제가 종종 아이들의 우울증이나 행동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떠한 감정을 갖든 감정에는 제한이 없는 것이다. 제한을 두는 것은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행동에 제한을 두기 위해 했던 말들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마치 감정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메시지로 전달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네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많이 슬프구나”라는 말들을 통해 아이들의 감정을 먼저 존중해 주고, 받아주는 것이 다른 어떤 말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부모의 이와같은 한 마디가 아이들로 하여금 ‘엄마는(아빠는)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라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갖게 하며, 아이는 부모의 그 한마디로 감정에 어떻게 이름을 붙이는지, 어떻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지 배우게 되는데 여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그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누고, 부모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아이 스스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부모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는 이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며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사회에 나아가 중재자와 리더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왜 울어!” 한마디 보다 부모의 더 많은 인내와 관심, 노력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못지않게 어린 시절에 배우고 넘어가야만 하는 교육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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