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웅의 탄생, 그리고 죽음

2008-08-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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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2008년 8월 17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영웅이 탄생했다.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 1985~ )가 올림픽 사상 최다인 8개의 금메달을 받은 것이다.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영웅을 지나 이제는 신(神)으로 격상(格上)시키고 있다. 전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영웅은 죽었다거나 영웅이 필요 없는 시대라는 말을 들어왔다. 영웅이 뭐길래 영웅이 공격을 받는가, 국어사전을 펼쳐봤다.사전은 말하고 있다. 영웅이란 지력(智力)과 재능, 또는 담력, 무력 등에 특히 뛰어나서 대업을 성취할 대기(大器), 또는 그런 사람이라 한다.어느 면에서는 영웅의 정의 속에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지(智), 용(勇), 덕(德)을 함의적으로 말하고 있다. 지도자가 상기 세 가지 덕목을 갖춰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 후 영웅적 칭호를 수식어로 받느냐는 두번째 문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느냐, 사람이 영웅을 만드느냐 질문하기를 좋아하듯 시대 상황에 따라서, 사람들의 평가기준에 따라서 영웅도 각양각색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경기가 열린 이후 제 29회째다. 중간에 양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한 경우(1916, 1940, 1944년)를 빼면 4년마다, 1894년 프랑스 귀족 쿠베르땅(Barow de Coubertin)이 올림픽 경기 주최를 주창한 후 세계인의 축제로 숱한 영웅들의 탄생에 열광해 왔다.

“보다 빠르게(Faster), 보다 높게(Higher) 그리고 보다 힘차게(Stronger)”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에게 박수와 열광과 환호를 보내면서도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올림픽 정신 내지는 지향하는 이상(理想)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비유하여 이기는 것(성공)만이 최선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각고(刻苦)의 투쟁이나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승자보다도 패자에 연민의 정(情)을 두는 듯하지만 현실은 그것과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패자에 대한 아쉬움을 한숨이나 눈물까지 흘려주지만 승자(영웅)들의 탄생에 더욱 환호하며 잠을 설쳐대고 있지 않은가? 세상살이의 축도를 보는 듯 하다.

5천년의 중국 역사를 커다란 두루말이 위에 55분간 펼친 것이라 해설하던 베이징의 개막식은 “보라!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중국을” 하듯, 시청자들로 하여금 ‘겁을 줄(intimidating)’ 정도로 장엄하고 화려하게 지구촌 시청자들을 압도했다.중국은 우리들에게 기회만 있으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길에도, 산에도, 개막식에도 “우리 다 함께(和)” “하나의 세계(One World)” 속에서 “한 가지 꿈(One Dream)”을 꾸며 살자고.
다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저들의 ‘화(和)’자가 내게는 중국을 상징하는 ‘화(華)’자로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구의(地球儀)의 꼭대기에 서서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부르던 노래 ‘너와 나(you and me)’를 들으며 “내가 없는 너는 없다”는 듯 들리고 있었다.

중국이 세계를 향해 저들의 영웅적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하는 착각에 빠졌다는 말이다.영웅은, 영웅적 시대는 정말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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