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거위의 꿈을 안고 새 학년 새 학기를~

2008-08-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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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부장대우)

전 세계인의 이목이 온통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꽂혀있는 요즘. 각종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선수들이 영광의 한 순간을 꿈꾸며 그간 얼마나 피땀을 흘려왔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면 얼마 전까지도 한국에서 한창 전파를 타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곤 한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현실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라는 가사의
이 노래는 듣는 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꿈꾸게 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 노래는 지난해 한국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자신들이 힘들고 지칠 때 가장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가요순위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덕분에 가수 인순이를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가요차트 1위에 오르게 한 노래가 되기도 했다.


남들의 비웃음 속에 내가 찢기고 버려져도 꿈이 있기에 당당할 수 있다는 가사 내용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 두려운 나이인 기성세대 어른들에게도 한없는 용기와 격려를 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때 자신은 국내용 선수라며 좌절했던 사재혁 선수가 네 차례의 수술을 딛
고 남자 역도 첫 메달을 안겼고,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는 어릴 때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겪었지만 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한 대회 개인 8관왕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런가하면 여자 50미터 자유형 예선에서는 단 한 차례도 50미터 레인에서 연습해 본적이 없는 말라위 출신 자흐라 핀토 선수가 비록 결선 진출은 실패했지만 조 3위로 예상 밖의 기록을 냈고,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팔꿈치 아래 부분이 없었던 폴란드 여자 탁구대표 나탈리아 파르티카 선수도 아름다운 도전으로 주목받았다.스포츠 대국의 그늘에 가려 선수 없이 임원만 참가하거나 초미니 선수단을 이끌고 나온 올림픽 소국들도 금메달보다는 국민의 희망을 안고 참가에 의의를 두며 당당하게 올림픽 운동장을 누비고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좌절과 실패, 도전과 성공신화는 다음 달 새 학년 새 학기 개학을 앞둔 자녀들에게 적용된다. 어른들은 “공부만큼 쉬운 일이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공부가 그들 최대의 도전과제이고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금메달 수상자의 뒤편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서도 꼴찌를 하는 선수가 늘 있기 마련이듯 공부도 1등만 빛나라는 법은 없다. 설령 꼴찌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 힘껏 도전했다면 당당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내년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에는 ‘너희들 모두가 진정한 챔피언이었다’고 크게 외쳐줄 수 있도록 성공적인 한 해를 향해 개학과 함께 또 다시 첫 발을 내딛는 자녀들에게 오늘은 용기를 북돋우는 말 한마디를 건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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