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까이 하기엔 무서운 당신

2008-08-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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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상담센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처증/의부증은 편집성 인격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중 하나에 해당된다. 그런 사람들은 하루가 의심으로 시작해서 의심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과 불신에 싸여 항상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대처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모든 사람들은 본인을 이용하고 해하려 한다고 믿기 때문에 깊은 대인관계를 맺기란 정말 힘들다.동료들과 대화 중에 “정말?” “에이 그럴리가” “거짓말 하지마” 하는 말을 자주 쓴다. 남
의 칭찬과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따로 의도적 동기가 있을거라 생각해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비뚤어진 사고방식은 남의 성공과 부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아주 방어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종종 드러내서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결혼을 한 후 배우자가 편집성 인격증세가 심해지면서 결혼생활의 파경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위태로움을 느낄 때이다.
배우자의 과거를 의심하고, 혹시 하는 의심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생각을 넘어 믿어버린 경우, 배우자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친자녀가 아니라는 의심 때문에 자녀를 괴롭게 하고, 있지도 않은 배우자의 애인을 찾아 공격하려 한다.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해도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다. 때론 본인의 부정한 행각을 그대로 배우자에게 투사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사기를 치고 배우자나 동료를 의심하고, 본인이 외도를 하고는 배우자의 불륜과 성적인 문란함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감당할 수 없는 배신감과 흥분감을 표현해서 심각한 말싸움과 폭력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편집성 장애는 “나이가 들면 나아지겠지” “내가 잘 하면 변할 수 있겠지” 하는 가족의 믿음을 무참히도 저버린다.편집성 인격장애는 보통 가장 신뢰하고 의지했던 부모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의 근본적인 사랑과 신뢰가 무너지면서 생겨난 불신에서 시작된다. 어려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편집성 부모의 성향을 보고 배운 사람, 또한 실제로 여러가지 차별, 사기, 범죄에 연루되어 피해를 당하면서 인간관계 불신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인격장애로 발전한다.

보통 인격장애는 청소년기에 발전해서 성인이 되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편집성 인격장애는 항상 남을 의심하고 상대방의 진심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 상담인과 장기간 건강한 치료관계를 통하여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어린 시절의 감정적 상처와 절망감들을 나눌 사람이 생기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게 되
고 마음 속 가득 찼던 불신감이 녹아내리면서 늘 부정적이면서 강팍했던 감정이 자신의 삶을 파괴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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