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스모스의 밤을 생각한다

2008-08-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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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2001년 9월 11일, 초가을의 뉴욕은 구름 한 점 없던 청명한 날이었다. 누가 그런 날에 세계 최강을 구가하는 미국 본토에 동시다발로 비행기를 이용한 자살 테러가 일어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수많은 선량한 시민이 희생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직접 간접으로 당한 경제 손실은 계산기로도 알아내기가 힘들 정도다. 뒤따른 슬픔과 눈물과 장례 행렬속에 살아왔던 우리 뉴요커(Newyorker)가 아닌가.지금 우리는 9.11 테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 알고 있다. 문화, 문명의 갈등, 그리고 종교의 갈등이 근본 원인이라는 식자들의 얘기도 많이 들어왔다. 말이나 근원적 원인 분석은 그들의 몫일지는 몰라도 이 시대에 사는 시민으로서 우리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출발한 것이 퀸즈식물원에서 개최된 ‘코스모스의 밤(Cosmos Night)’이다. 전쟁이나 테러행위는 그 이유가 어찌 되었건 모든 질서의 파괴와 살상(殺傷)이 뒤따르는 혼돈의 세계다. 그 혼돈(Chaos)에서 조화(Cosmos)와 질서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가 인식의 출발점이었고 ‘다 함께(Uniersal)’ 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문화 공유를 통한 상생(相生)은 없는가가 두번째 인식의 출발점이었다.

한국의 가을 하면 우리는 높고 푸른 하늘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의 가을 하면 길가에서도, 뜨락에서도 아무데서도 잘 자라 지나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떠오르는 한국 가을의 상징 꽃이다. ‘코스모스의 밤’이 탄생한 이면적 배경이다.한국의 문화 공유로 세상 사람 모두가 질서와 조화 속에 살아보자는 뜻이 담겼다. 하필이면 왜 퀸즈식물원인가, 뒤따르는 질문이 있을 줄 믿는다. 비공식적 통계지만 뉴욕 인근에 사는 한인이 40만명이라고 한다. 그 60퍼센트 이상이 사는 곳이 퀸즈다. 그리고 퀸즈식물원의 모토(Motto)가 우리의 취지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자연과 사람들과 모든 문화가 어우러지는 곳(Where the plants, people and cultures meet)”이 퀸즈식물원이다.2002년 9월 12일 초저녁, 퀸즈식물원. 하얀 텐트가 푸른 잔디와 잘 조화된 속에 우리의 가락과 춤과 북소리가 두두둥 퀸즈의 저녁 하늘을, 세상의 곳곳을 향해 퍼져 나가고 있었다.올해 4회째로 맞는 9월 11일의 ‘코스모스의 밤’을 연상하며 잔잔한 흥분 속에 새벽의 동 틈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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