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둥지 성찬

2008-08-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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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이 여름은 여행을 안 하고도 충분히 즐겼다.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 게임의 텔레비전 시청 덕택이다. 동양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기는 1964년 일본이 씨앗을 뿌렸고, 1988년 한국이 꽃 피웠고, 이번에 중국이 하나의 열매를 맺을 차례가 되어 더욱 뜻이 깊었다. 마키아벨리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을 ‘빵과 서커스’라고 했다던가. 이를 발전시켜서 온 세계 여러 나라가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올림픽 게임을 창설한 인류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대한 각 나라의 단계적인 희망은 대개 비슷한 것 같다. 첫째는 참가하는 것, 둘째는 메달을 따는 것, 셋째는 올림픽 개최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단계를 밟으면서 중국도 100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204개국, 1만500 여명의 선수들을 맞이하였다.개회식이 있던 첫 날, 세계인은 그 웅장하고, 화려하고, 세련됨에 놀랐다. 그들은 전통미와 우주시대,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면서 자국의 역량과 긍지를 충분히 발휘하였다. 특히 그들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기치로 내건 일에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에 선수단 입장에 관심이 컸다. 각국 선수단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었으며 유니폼의 색깔이나 디자인도 다양하였다.


소수의 선수단은 대체로 그 나라의 고유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그들의 자랑스럽고 행복한 얼굴 표정이었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각종 게임 진행 중의 공통점도 있다. 선수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의 긴장된 표정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경기가 끝나고 성패가 정해졌을 때의 감정 관리 모습 역시 아름다웠다. 금·은·동 메달을 목에 걸고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의 마음은 각자가 속한 국가에 대한 긍지였을 것이고 사랑이었을 것이고.
특히 이번 올림픽 게임 시청이 즐거웠던 것은 한국이 올린 성과 때문이었다.

한국은 오랫동안 ‘참가하는 데 뜻이 있다’고 자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하나 둘 메달을 따기 시작하였는데 금년은 풍성한 성과를 올려 세계 3위와 4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 놀라운 성과는 노력의 결과이다. 10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던 일이 미안하다.‘경쟁심’이란 어떤 것일까. 경쟁을 할 때는 반드시 상대가 있고, 이기고 지는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어느 그룹에서 경쟁을 할 때는 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쟁의 상대이다. 친구들조차 적이 될 수 있다. ‘경쟁’에 사로잡히면 정신 위생상 해롭다고만 보았다. 그런데 수영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는 경쟁자가 없어서 외로웠다고 한다. 그는 ‘경쟁이 하고 싶었다’고 외친다.

경쟁의 해석을 달리 해본다. 경쟁은 내가 살고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의 새로운 발견이다. 내 자신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 확대 작용이다. 이렇게 해석을 하면 박태환의 외침을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실력 차이 때문에 경쟁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서 자기 자신의 기록을 가지고 싸웠다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면에서 경쟁 상대가 있다는 것이 자신의 발견·자신의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올림픽 종목, 게임의 규칙 등에 약간씩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범인의 눈에는 유니폼 디자인의 변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유니폼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소재가 달라져서 수영 선수들의 기록이 향상되었다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큰 잔치이다.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새 둥지의 성찬’이다. 이것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친선 모임이고 게임이었음을 필자의 동시로 축하한다.

- 같은 지구에서 -

까만 눈도/파란 눈도/사과를 보며/책을 읽는다.
낮은 코도/높은 코도/향내를 맡으며/푸른 공기를 마신다.
까만 머리도/노란 머리도/길게 자라며/바람에 나부낀다.
노란 손도/갈색 손도/손가락이 다섯이며/만지면 따뜻하다.
노란 마음도/하얀 마음도/갈색 마음도/서로서로 맞닿으면/뜨거운 사랑을 안다.
우리들은 자란다/같은 시대에/같은 지구에서.

노란 손도
갈색 손도
손가락이 다섯이며,
만지면 따뜻하다

노란 마음도
하얀 마음도
갈색 마음도
서로서로 맞닿으면,
뜨거운 사랑을 안다

우리들은 자란다
같은 시대에
같은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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