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래의 광복절을 꿈꾸며

2008-08-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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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고문)

광복절인 8월 15일은 한국의 두 가지 역사적 기념일이다. 첫번째는 1945년 8월 15일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날이고 두번째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이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이만큼 중요한 날은 더 없다. 우리가 이전에는 식민지에서 해방된 적이 없었고 몇 차례 왕조국가의 흥망성쇠가 있었으나 민주공화국으로는 한국이 처음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건국 60주년이기 때문에 해방보다는 건국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광복절로 맞이했다.사람의 일생에서도 60회갑은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한국의 지난 60년은 참으로 뜻있는 세월이었으므로 건국 60주년은 경축할만한 일이다. 해방 후 미·소 양국의 국토분단 점령과 좌우 대
립의 혼란 속에서 남북이 갈리게 되어 부득이 남한에 탄생한 대한민국이 첫 출발부터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국력을 신장하여 드디어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난 60년 동안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동족상잔의 6.25전쟁이야말로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이 동서 이념 대결의 희생물이 되어 3년1개월간 싸운 이 전쟁으로 인해 전국토가 초토화 되었고 남북한에서 500만 이상의 희생자와 수 백만의 전재민, 1,000만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전쟁의 여파로 남북간의 불신은 더욱 깊어져서 대립상태와 분단 고착이 더 심화됐다.

그러나 한국은 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13억달러였고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54년 후인 지난 해 국민총생산량은 9,699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5달러가 되었다. 국민총생산이 740배, 1인당 국민소득이 300배로 늘어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세계 제 2차대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신생독립국 가운데 이처럼 발전한 나라는 없다. 이제 세계의 모든 국가 중 5% 이내의 경제 우등국이 된 대한민국 60년은 기적을 창출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지난 60년간 민주정치도 크게 발전되어 선진국 수준에 거의 육박하고 문화수준과 교육수준도 세계의 상위 그룹에 도달해 있다. 한국은 과거 수 백년간에 걸친 서양의 근세사와 현대사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60년만에 달성했다. 이와같은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지는 않지만 세계사상 유례없는 이와같은 발전에 우리는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건국에 반대하고 적화통일을 기도했던 북한의 사정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북한은 남북한 동시 선거를 거부하고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뒤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남한을 무력 침공했으나 실패했고 경제적 빈곤, 독재정치와 인권탄압, 국제적 군사 모험주의 등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이리하여 남북한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다른 이념과 체제에서 서로 떨어져 살아온 지난 60년 동안 남북간의 이질감은 매우 심해졌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같은 민족인 남북은 서로 남남이 되어 민족통일의 희망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이 지난 6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한 가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통일이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통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경제의 산업화와 정치의 민주화를 달성하여 세계 선진대국이 된 후에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60년은 내실을 기하기 위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세월이었겠지만 이제부터 힘을 길러 민족통일에 그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우리 민족이 갈려서 대치하는 소모적인 내분사태를 계속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이루게 된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도 손색없는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우리 주변에는 4대 강국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는 과거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세계의 강대국이며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나라들이다. 남북한이 계속 분열 대치상태에 있게 된다면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남한은 미국편 또는 미국과 일본편에, 북한은 중국편 또는 중국과 러시아편에서 생존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한 민족끼리 대결하기 위해 외세에 의존하여 사대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적 운명에 놓인다는 것이다. 민족 통일만이 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민족의 해방기념일과 한국의 건국기념일인 8월 15일은 우리에게 가장 뜻깊은 날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 날을 더욱 뜻깊은 날로 만들 수 있다. 이 날이 또한 통일국가의 건국기념일이 되는 바로 그 때가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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