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일등 지상주의’ 유감

2008-08-15 (금)
크게 작게
김노열(취재1부 부장대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지난 8일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 간의 열전에 들어간 가운데 연일 계속되는 한국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에 한국민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억 만리 이국땅에 떨어져 있는 뉴욕일원 동포들도 마찬가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TV와 인터넷을 통해 267명의 한국 대표선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개막한 지 1주일도 안 돼 벌써 금메달 6개를 쓸어 담으며 메달 순위 4위를 내달리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수영의 박태환, 사격의 진종오, 유도의 최민호, 역도의 사재혁, 양궁의 남녀 단체팀 등으로 대표되는 빛나는 금메달 리스트에 한국민들은 말 그대로 열광하고 있다. 이들 중 수영종목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박태환은 벌써부터 국민 영웅으로 떠 받혀지고 있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축제의 장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노메달 리스트는 물론 이거니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름은 어느새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매스컴에서 조차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름은 벌써부터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마도 언제나 일등만을 원하는 한국민들의 일등지상주의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백분의 일초로, 순간의 실수로 아쉽게 은메달이 되거나 동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가 이에 못 미치기라도 하면 원성(?)아닌 원성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유도 73kg급에 출전했던 왕기춘 선수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왕 선수가 은메달에 머물자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가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흘린 땀과 열정을 단순히 메달 색깔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이다.
이제 등수에 상관없이 노력한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