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광복과 분단 63년

2008-08-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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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섭(브루클린)

해방이 맞이한 분단 63년, 주권 없이 찾은 독립이 분단이 될 줄 그 누가 알았는가. 광복 63년, 나라 위해 몸바친 독립투사의 넋들이 만주의 어느 산, 어느 들 더미진 잡초 밑에 버려진지도 분단 정부수립 60년, 같은 세월 동안 일본은 일본인이 묻힌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위령탑을 세워 넋을 기리고 보살피고 있다.

나라를 위하면 대물려 망하고, 나라를 팔면 대이어 떵떵거리는 나라. 중국에는 사대모화주의를, 일본에는 황국신민주의를, 냉전에는 이념사상주의를 떠받들어 뒤바뀌는 깃발과 주인에게 화장을 고쳐가며 충성을 다하다가 주인이 떠난 자리, 그들이 주인이 되었다.뼈 깎는 민족의 고통과 겨레의 파헤쳐진 무덤 위에서 춤을 추며 권력과 잇속을 챙겨온 자들-외세의 앞잡이들.


자신들의 자식은 중국으로 일본으로 유학 보내고 조선의 아들은 ‘총알받이’로, 조선의 딸들은 ‘정액받이’로 등 떠밀어 전쟁터로 내몬 자들. 이들이 나라가 되고 보수가 되고 사대가, 동맹이 되고 애국이 되고, 도적질이 관행이 되고 떡값이 되고 종교마저 관변단체가 되매 고구려-발해가 중국사가 되고 독도-이어도가 일본-중국땅이 되려 해도 정부는 없고 백성이 나선다.

세금 걷는 나라는 있으되 가슴 품는 조국은 없고 쪽백성 위한 정권은 있으되 온백성 위한 정부는 없고, 제 배 불리는 정치꾼은 있으되 정치가는 없다. 공직 도둑은 있으되 공무원은 없고 법은 있으되 돈 있는 법은 죽고, 돈 없는 법만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남아 힘 없고 가난한 백성 옥죄고 뭉개는 작금의 사회. 이것이 정녕 애국지사들이 그토록 바라던 해방과 자유의 모습인가?

늘 그랬던 일본과 중국에게 묻기에 앞서 늘 그래왔던 내 조국에 먼저 묻노니, 단 한 번이라도 옹골찬 겨레 뜻을 품어 펼쳐 보았는가?
나라가 있으되 정부는 없고, 정부가 있으되 정치는 없고, 정치가 있으되 백성은 없고, 백성은 있으되 나라가 없는 이 기막힌 역사를 무어라 해야 하나? 남의 손에 의해, 민족의 운명과 겨레의 미래가 가늠되는 나라, 도마에 오른 물고기처럼 칼 든 자의 입맛과 이익에 따라 나라가 딴 나라가 되고 잠 깨어보니 나라가 토막이 나고, 눈 뜨고 보니 전쟁이 터져 이 땅은 잿더미가 되고 이 재로 일본은 다시 살아나고, 남과 북으로 찢기고 그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놓고 백성은 좌파-우파로 쪼개놓고 IMF 불러온 경제범죄자들이 그들의 건국절로 또 해방되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나?

굽이친 세월 만큼 치욕의 역사, 굴종의 역사가 되풀이된 까닭을 총칼 든 외세에게 묻기에 앞서 꼬리 든 외세의 끄나풀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이들로 말미암아 우리의 짓밟힌 역사가 민족정신과 겨레 뿌리를 빼앗겨 비롯된 것이니.민족 혼불을 뺏기고 나라가 사느니 나라가 망하고 민족 혼불을 지킬 것이요, 겨레 주권을 뺏기고 정부가 사느니 정부가 망하고 겨레 주권을 지킬 것이요, 백성의 목숨을 뺏기고 정권이 사느니 정권이 망하고 백성의 목숨을 지킴이 마땅함은 나라가 있고 정부가 있고 정권이 있는 까닭
이다.

둥둥두-웅 신명의 북을 울려라. 눈 뜨고 잠든 하늘을 흔들어 깨우고 귀 막고 엎딘 땅을 보듬어 일으켜 겨레 한을 땅에서 떠올려 하늘에 새기고, 민족 얼을 하늘을 뒤감아 온누리에 휘몰이 쳐라.호란 때 쑥대밭 된 눈물과 왜란 때 수수밭 된 피눈물과 동란 때 콩대밭 된 뼈눈물과 일본에 있는 우리 조상 코무덤과 귀무덤에 마음 꿇어 다짐한다.저들이 하나를 들면 우리는 열을 들 것이요, 저들이 열을 쓰면 우리는 백을 쓸 것이라고. 저들
이 천을 뽑으면 우리는 우리 모두를 뽑으리니 이제는 이 땅의 아들, 딸들이 군화발에 짓밟히는 치욕의 역사를 끊고자 하는 우리의 다짐을 통곡의 민족제단에 아로새긴다. 그리하여 일본과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남북이 하나로 똘똘 뭉쳐진 한 겨레의 부활을 꼭 이루자.

저들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 제 땅이라고 우기는데 살아있는 역사를 가진 우리 한 핏줄이 살고있는 연해주(1860년 불법 뺏김)-훈춘동부, 포셋트만 남부 해방 전까지 우리 땅, 간도(1909년 불법 뺏김), 심-요동, 만주의 옛 땅을 다시 못 찾을바 그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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