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학 연습

2008-08-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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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원(엘름허스트)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철학이 없다. 철학은 특정한 사람들만이 하는 학문이 아니며, 더구나 철학과에 다니는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철학은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불과 몇 백년 전, 사람이 평등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100년 전만해도 남녀평등은 요원했다. 특정한 시대에만 흑인은 노예였으며 지금은 미국 대통령의 유력한 후보가 흑인이다.

역사는 발전한다. 인식 또한 발전하고 확장된다.얼마 전, 한국에서는 촛불시위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존재했는데 그 중 하나는 좌파의 배후 조종설이다. 좌파가 일반 국민을 현혹하고 조종하여 촛불시위를 주동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촛불시위는 자생적이며 직접민주주의의 실체이고 위대한 국민의 권력이라는 것이다.이러한 두 가지 시각은 전문가와 대학교수, 신문 칼럼니스트들에 의해서 더욱 선명하게 선을 그었고 한 마디로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두 가지 시각 모두 편향된 관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촛불시위는 좌파가 배후조종해서 타오른 것도 아니고 위대한 국민의 직접민주주의적 심판도 아니다.촛불은 그저 촛불일 뿐이며 궂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경제를 살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졸속외교로 인한 먹거리의 위협을 느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항 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 뿐이다. 그것이 촛불시위의 형태로 분출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촛불은 권력인가?’ ‘촛불은 좌파의 산물인가?’ ‘촛불의 정치학 개론’이네 하며 호들갑들이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철학의 부재로부터 기인한다.촛불이 좌파의 조종으로 타오른 것이라는 보수적 입장의 과오는 교육감 선서에서 공정택 후보의 당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왜냐하면 좌파의 개입으로 촛불이 타오른 것이라면 선거에서 또한 좌파의 개입으로 진보 진영이 승리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촛불이 직접민주주의 실체나 권력이라고 하는 진보적 입장의 과오 또한 명백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율 15%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왜냐하면 한국 국민은 먹거리에 위협을 느낄 때만 촛불을 들고,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 있어서는 무관심하다거나 정치적 불신으로 인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민주적 소양이 없는 국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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