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

2008-08-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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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국제전략 연구소는 지난 해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차관보와 죠세프 나이 교수가 작성한 ‘미일동맹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을 전제로 미국의 전반적인 동아시아 정책 수렴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이곳에서는 동북아 균형자로서 일본의 역할과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목할 부분은 통일 후 동북아에서 한반도가 차지할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구소련의 몰락으로 우크라이나 핵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북한이 붕괴되어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특히 386으로 대변되는 한국정치의 반미정서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떠오르는 중국에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주변국가들의 친중 외교성향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과 힘을 더욱 축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발톱을 드러내는 일본의 성향으로 볼 때 미일동맹은 동북아에서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미국에게 결코 낙관적일 수 없다. 동북아 패권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자위대를 증설하여 국방력을 강화하는 일본이 결코 미일동맹을 의식해 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북한의 핵개발에 촉각을 세우고 북핵이 실현될 경우 일본 또한 핵을 개발하겠다고 선전포고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핵문제와 통일문제에 6자회담의 어느 국가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반도가 핵을 가진 통일국가로서 우뚝 서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일본을 위협할만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에서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는 것을 견제한다.북핵문제로 동북아에서 발목을 잡힌 미국이 한반도의 정세와 앞으로의 거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 신정부의 한반도 정책 또한 한미동맹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방향은 늘 보수와 진보라는 이중선상에 놓여있으나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결코 변화될 수 없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정책은 미국 외교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미국 외교정책의 핵이 되어온 한반도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북한문제는 대화와 유화정책을 통해 호전되겠지만 오바마가 한미 FTA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한국정부의 국익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반면 부시정부의 네오콘을 계승할 매케인이 당선될 경우 북한문제는 경직될 우려가 있으나 한미 FTA에는 낙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말기에 대화정책으로 급선회한 북한문제를 매케인이 다시금 키를 돌려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다.
마이클 그린이 초안을 만든 대한반도 정책에는 한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등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한미관계는 북핵 폐기를 전제로 대북 강경노선에 반해 더욱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관계가 더욱 긴밀해진다면 한국의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그만큼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정부가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가장 큰 한반도 이슈인 북한문제와 한미관계, 한미 FTA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 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만일 오바마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무역협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이 재고될 경우 보완작업을 거쳐 비준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유화정책으로 북미관계 개선과 남한의 역할 증대로
한미관계도 더욱 상승 무드를 탈 수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세계문제를 해결하려는 오바마의 외교전략에 기대어 본다면 민주당의 승리는 한국정부 차원에서 큰 이익이 될 수 있다.오바마 진영에 포진해 있는 스티븐 보스워스, 도널드 그레그, 토머스 하버드 전 주한 미대사들이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대한반도 전문가로서 한반도 문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애정을 가진 친한파라는 것이 향후 한반도 정책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압도적으로 고어의 당선이 확실시 되었지만 부시가 고어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현재 오바마의 지지율은 매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론의 지지율과 투표가능권 층의 지지율이 차이를 보이는 바, 오바마에 대한 낙관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그러나 누가 대권을 잡던 미국 외교정책 중에 대 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안목을 바탕으로 대선 후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준비를 서두른다면 한국정부는 탄탄한 한미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정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영향력 있는 동맹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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