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화 과정이 멈추어진 사람들

2008-08-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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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교사)

다윈이 ‘종의 기원’을 간행한 지 올해로 150주년이 된다. 인간은 자연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종’이라는 이 한권의 책은 인간이 아담과 이브의 후예라는 성경 얘기를 인간생활에서 추방시키고 교회에 의한 무지로부터 인간이 해방됨으로써 인류의 지식혁명을 선도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환경 변화가 있을 때에는 다른 종으로 변해야 하는데 이제는 최적자만 남는다. 최적자라 함은 자인한 생물이 아니라 자연에 가장 잘 적응된 생물을 뜻한다. 하등동물에서는 패자가 도태의 제 1순위이지만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상황으로 전환된다고 믿었다.개체간의 생활 경쟁은 사회생활의 협동정신으로 대체되고 집단이기적 공격성은 상호의존적 사고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간은 그래서 타락한 천사가 아니라 향상의 길을 걷는 야만인으로 보았다.


먼 훗날 인간은 좀 더 성숙된 동물이 되어질 것이라 믿었으며 그의 삶 또한 그러해 그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들에게조차 그의 품성은 언제나 기독교적이었다.지배를 자연의 질서로 정당화한 서구인들의 생물적 욕구로 인해 고통을 경험한 중국이 국기 대신 나치 기를 사용했던 베를린 올림픽보다 더한 광기의 민족주의 기치로 올림픽 경기를 개최한다.

나치 발상인 릴레이식 성화 운반 때부터 폭력이 난무하더니 북경발 소식은 더욱 어둡다. 나치가 그랬듯이 대회를 통해 대국주의 부활을 세계인에 보여주려 한다. 대회 후 선수촌은 당 간부나 군부 실력자들의 거주지로 보상될 것이고 가난하던 13억 인구는 높은 언성으로 세계 관광길에 나설 것이다. 끔찍하다.한반도 백성은 중국이 통일되었을 때는 항상 더 큰 고통을 받아왔다. 일제 강점으로부터 해방 후의 전시기는 민족 중흥을 위한 단합보다는 상대를 부정하는 민족간의 싸움의 역사였다. 통일 역량을 갖춘 민주세력은 의지가 없거나 무기력하고 독재세력은 능력에 비해 터무니 없는 과욕으로 권력이 희석화 되면서 통일을 더욱 어렵게 했다.

대국 황제가 준 왕관이 고마워 서쪽에 등을 대고 앉지도 않는 왕을 받들고 불평 없이 살던 백성이 서울산 개고기 보다 훨씬 위생적인 미국 쇠고기를 문제삼아 서울 거리를 무법천지의 정글로 만든다. 미국산 고기를 즐겨 먹던 교사들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학생들에 애를 업혀 데모에 동원시키는 일은 사회 정의와는 무관해도 정의스럽다 본다. 진화가 정지된 사람들이다.졸지에 얻은 부유로 맞게되는 사회 변화에 대응할 정신적 역량 부족은 사회 파괴적 심리현상으로 나타난다. 데모에 나서는 사람들의 그곳에 서있는 이유와 저항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면 변화는 정지되고 그 사회와 국가는 무질서로 표류 내지 쇠퇴하게 된
다.

군국주의에 향수를 느끼고 황제주의 부활로 중국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연 도태될 수도 있는 민족 치고는 정치의식이 너무도 안이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진화와 진보는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주위의 정치적 환경 변화에 적응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반미 데모나 대륙세력의 팽창 등의 이유로 미국이 한반도를 떠날 때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본에 귀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은 결코 난해하지 않다. 서울 광장을 향해 촛불 들고 오늘도 집 문을 나서기 전, 데모대원들이 자신에 물어봐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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