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동공격형 인격장애

2008-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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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상담센터)

수동공격형 인격장애(passive aggressive disorder)는 인간관계에서 정말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 인격 장애 중 하나이다. 수동공격형 인격 소유자들은 일에 서툴고 일을 아랫사람에게 미룬다.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하다. 수동파괴적 심리기제를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미루는 버릇이 심하고, 따지기를 좋아하고, 직장에서 일을 시원스레 끝내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불평이 많아 투덜거리는 습관, 중요한 임무에 태만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다. 남의 제안에 골을 잘 내는 편이고 본인의 무능력을 깨닫지 못한다.수동공격형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본인이 내키는 일은 적극적으로 처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적미적’거리는 습관이 있다. 절대 거절 의사를 표하지 않아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만남의 약속을 해놓고 잊거나 아주 늦게 나타난다거나 하는 것, 또한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자주 댄다.


이런 성격의 상대를 만나면 화를 내는 쪽이(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해성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고,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떻게 이 현상을 풀어나가야 할지 애매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식으로 반사회적인 성격 소유자와는 달리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와 감정을 교묘히 무시하고 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이런 성격의 소유자들은 외로움과 좌절감을 자주 느낀다. 그들은 권력을 선망하고 권력자에게 순종하며 옹호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조직생활에서 인정받기 위해 윗사람이나 권력자에게 무엇을 할지 아주 잘 파악한다. 그러나 일이 본인 뜻대로 되지 않으면 수동공격적 심리기제를 바로 사용한다.

부하직원이나 본인과 비교해 약하고 성공에 이용가치가 없음을 알면 약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잦은 참견과 간섭으로 일의 진행을 가로막고 사적, 공적으로 지나친 요구를 하며 부하를 조정한다. 본인에게 불이익을 준 약자에겐 어떤 방법으로든지 보복해 곤욕을 치루게 한다. 약자의 자율적 행동을 거부, 제한하거나 갑자기 필요한 물품을 차단하거나 공급 시기를 연기한다. 그러나 수동적 공격은 잘 드러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반박을 받기가 어렵고 본인에게 직접적 피해가 돌아오지 않아서 잘못된 행동과 대처로 입은 피해에 대한 인정과 자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동공격형 인격 장애의 소유자들은 겉으로 보기엔 조직생활을 잘 하고 인정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은근히 반복적으로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신뢰성이 떨어지며, 삶의 목표와 달성 의욕의 의심을 사게 되며 주위에 그들을 지지해 주는 사람보다는 그들의 특유성을 이용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계속되는 인간관계 속의 실패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증가시켜 더욱 수동파괴적으로 만든다. 여러가지 비합리적인 이유로 구직을 미루거나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하고 사회생활을 멀리하여 고립된 생활을 하고, 또한 알콜중독과 약물 남용,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위에 은근히 사람을 힘들게 하는 성격장애인들이 있다. 인격장애는 성인이 된 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남의 일일 경우 회피할 수 있지만 내 가족의 일원일 경우 평생 참기 괴로운 일을 당하고 감정적 상처를 받기 때문에 심리적 치료가 꼭 필요하다. 성격장애의 경우 습관으로 굳어져 힘들긴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주위의 격려가 있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인격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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