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공포 속의 베이징 올림픽

2008-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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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지구촌 최대축제인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계 각국을 겨냥, 마스코트로 내세운 ‘푸와’ 마케팅에 한창 열을 올리던 중국에 ‘설마’ 하던 테러가 결국 발생했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잇따라 터진 테러의혹 폭발사건에 이어 올림픽 개막 나흘 전인 4일,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사건이 발생, 올림픽 축제에 초비상이 걸렸다.무장 괴한 두 명이 덤프트럭을 몰고 훈련 중이던 무장경찰관을 향해 돌진, 이들이 던진 수류탄에 의해 경찰관 16명이 사망하고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각국의 이목 속에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역사적인 축제를 앞두고 흥분하며 가슴 설레이던 전 세계인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히틀러 지배 당시 독일이 주도한 지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나 테러리즘으로 물들었던 1972년의 뮌헨 올림픽이 역사적인 사실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부와 국력신장을 예고하는 ‘데뷔파티’나 다름없던 1964년의 일본 동경 올림픽이나 1988년에 치러진 한국의 서울 올림픽과 같은 행사로 치르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올림픽은 중국이 지금까지 일궈낸 경제적인 부와 맞물려 체제 및 시스템상 흠집이나 결함을 성공적으로 만회하느냐, 아니냐? 혹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의 패권국가로 부상하느냐, 아니냐?를 가늠짓는 도마 위에 올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이미지는 이미 성화 봉송 과정 때부터 잡음이 일면서 급기야는 테러까지 발생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과연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972년 최초로 도입된 독일 뮌헨 올림픽 이후 지난 36년 동안 개최된 올림픽의 결과는 거의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올림픽을 치르는 국가들이 올림픽의 상징인 마스코트 선정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푸와가 얼마 전 스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재난을 불러 왔다는 괴담이 돌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휘장은 ‘베이징이 친절과 희망으로 가득하며 세계에 대한 도시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의 ‘중국의 봉인(封印), 춤추는 베이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은 지금 장갑차가 즐비하고 온 도시가 삼엄한 경비체제로 들어가 올림픽의 의미와 휘장이 상징하는 본래의 뜻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중국이 국가의 행정과 정치의 중심지인 수도에서 치르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지대한 발전은 물론, 그들이 꿈꾸는 21세기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대 올림픽은 쿠베르텡에 의해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된 이후 지금까지 약 1세기 동안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28회에 걸쳐 개최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동안 올림픽 경기는 ‘보다 빠르게,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라는 본래의 스포츠 적 의미 외에도 세계평화, 국제친선의 대제전으로 간주되어 왔다. 아울러 비정치화, 비 전문화, 비 상업화가 올림픽의 3대원칙으로 강조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올림픽의 이념이나 이상, 그리고 원칙 등은 각국의 정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무색해졌으며 올림픽이 회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의미와 경제적 실리의 성격을 강하게 띠면서 올림픽의 진정한 의미가 사실상 퇴색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거의 경쟁과 분쟁의 장이 되다시피 한 지구촌의 축제, 이번 제 29회 올림픽은 올해도 중국 베이징에서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중국의 기원과 열망을 담아 지상최대의 불꽃놀이로 성대하게 막을 열게 된다. 과연 중국은 테러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딛고 선진국 문턱을 넘는 통과의례의 올림픽을 통해 폐쇄적인 국가에서 진정한 개방적 시민국가로 전환, 거대한 땅덩어리에 걸맞게 하나의 구심점을 가진 막강한 국가로서 웅비할 수 있을지, 이번 올림픽의 마스코트 푸와(‘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의미가 내포됨)의 활약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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