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보다도 더 소중한 금

2008-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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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임금보다 더 소중한 금은 순금이고, 순금보다 더 소중한 금은 소금이고, 소금보다 더 소중한 금은 지금이다. 백 명의 임금 가운데 백성의 고통과 아픔을 아는 임금다운 임금은 한 두명 뿐이고, 불변의 색깔과 전도체에서 일등공신을 하는 금은 변치않는 사랑의 상징과 화려함으로 옛 결혼식 때에는 결혼 반지로도 쓰였지만 사람 몸에 소금끼가 없으면 사람은 입맛을 잃고 결국에 가서는 죽는다.

소금보다도 더 소중한 현재라고 하는 지금은 인생을 이어주는 시간의 다리라 사람이 살고있는 한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한데 사람들은 지금이라고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냥 넘기면서 아쉬움도, 작별인사도 없이 지금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지금이 없으면 내일도 없고, 인생도 없다. 가장 소중한 것은 누가 탐을 내도 탐을 낸다. 움켜쥐어 보려는 욕망과 지키려는 노력이 없어서는 내 것으로 남지도 않고 내 것이 되지도 않는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소중한 것 이상의 소중한 것이기에 누가 훔쳐가는지도 모르게 곧 가버리고 없어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쉬움을 알면서도 단념이 빠른지, 아니면 중증의 건망증 환자여서 인지 아무도 그 가치를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허술한 사람에게는 내일이 없다.
지금이라는 현재는 겹치기도 없고 여벌도 없다.


한 번 가면 그만이다. 한 시간이 지금이고 하루가 지금인데 일년을 다 보내고서야 “아! 벌써 일년이 다 갔네!” 하면서 아쉬움을 섞어 잠시
가볍게 놀랠 뿐이다.지금이라는 시간이 가면 일년이 다 가고, 일 년 일년, 또 일 년이 다 가면 세월도 다 가고, 세월이 다 가면 인생도 다 간다. 아침 일찍, 동이 틀만하면 나이 먹은 노인들이 좀 더 살아보겠다
고 걷는 것인지 기는 것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긴 뛴다. 단단한 몸의 중심은 없고 그저 넘어지지 않으려는 몸무게의 전후좌우 흔들림만 보인다. 저 노인들도 시간을 밟고 여기까지 왔을 터인데 그 많던 시간들을 어디에다 흘리고 왔는지, 항구를 찾아오긴 했으나 빈손으로 허우적거리며 출렁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바닷물 같다.

사람들은 희망을 내일에 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약을 먹고 운동을 하면서 내일이면 건강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내일에 건다. 장사하는 사람은 오늘 불경기 철이라 수입이 별반 좋지 않으나 내일이면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내일에 건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오늘은 없고 내일만 있다. 내일이 오늘이 되어도 또 내일에 기대를 걸고 희망을 건다. 그러나 지금이라는 오늘을 값지게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일이 오늘이 되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십여년 동안 끈질기게 하던 장사였는데 리스 연장을 거부당하고 문을 닫아야 했던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시련 가운데에서도 남몰래 간호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간호학교를 마치고 시험에도 합격을 하더니 지금은 당당하게 간호원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며 오히려 전보다도 더 나은 여유를 가지고 또 다른 계획에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 여인은 금보다도 더 소중한 지금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사필귀정이란 말처럼 길은 가려는 자를 위해서 놓여있는 것이고, 어느 길이든 길이란 가는 자에게만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길을 가는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고, 그 새로운 것은 향상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쁨이 있어 계속 길을 가게 한다. 새로운 것 자체는 실상 새로운 것이 아닌데도 새롭다고 느끼며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기쁨 속에서 새롭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을 아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금보다도 소중한 지금에는 제목이 필요 없다. 목적이 있으면 지금 떠나야 한다. 그것의 의미가 지금인 것이다. 지금이 없으면 내일도 없고, 지금의 소중함을 모르면 내일은 무너지는 법이다. 삶에 대한 강박관념은 금보다도 더 소중한 지금이라는 이 시간에 목적지를 향하여 떠나지 못하는 더듬거리는 무게로부터 오는 것이다. 떠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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