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세대 세일즈맨을 그리면서

2008-08-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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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World OKTA 명예회장)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수많은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만큼 뚜렷한 발전을 한 나라도 없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란다는 악평을 들어야 했던 국가였다.

50년대의 가난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형제, 친구들의 어려웠던 이야기다. 영양실조로 인한 증상들은 우리들 지난날의 자화상이었으며 보릿고개의 어려움은 배고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소설 속의 수식어에 불과한 글귀와 같다.국가 평균수명이나 평균 키에 대한 자료를 접할 때마다 하나의 기적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뼈속 깊이 실감하면서 감사해 하고 있다. 이미 한국민들의 평균수명이나 신체조건은 서구 여러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접근했다. 지난 50년의 세월이 이렇듯 많은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우리들로서는 현재 급속하게 진행 중인 국제경쟁력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60년대에 조잡했던 경공업 제품을 들고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이룬 세계속의 한민족의 상권은 비록 2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형성한 화상들보다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원자재의 가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상권을 생각해 보면 오늘의 한민족 상권은 아주 미비한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새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제품을 팔 수 있는 세계적인 신 세일즈맨들의 탄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 시대에 해외동포 차세대 자녀들을 포함해서 한민족의 젊은이들이 우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성장해 오고 있음은 크나큰 축복이다.

정보화 산업 시대를 살아가면서 IT와 연관된 제품들을 세계에 팔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행히 우리는 그 해답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IT 관련 제품의 수명이 아주 짧다. 둘째는 제품의 효능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셋째는 지난 산업사회와는 다르게 제품의 다양성에 있다.
새로운 시대의 전달 매체인 인터넷, 유선·무선을 포함한 미디어 채널과 전자 상거래도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다. 국가마다 생활하는 문화의 흐름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제 때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란 아직은 요원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해외의 젊은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의 IT제품을 비롯한 새로운 제품들을 소개해서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일즈맨 군단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World OKTA(세계 해외한인무역협회) 차세대 무역스쿨’이다. 지식경제부의 예산을 지원받고, 수출 유관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매년 해외 25개 도시에서 5년째 재외한인동포 2세들에게 조국 한국의 발전상과 함께 새로운 산업 소개와 제품을 소개해 주고 있다. “한민족 경제사관생도 1만명 육성 계획”의 목표 아래 지금까지 4,860명이 배출되었으며 올해 1,350명이 더 배출되면 6,210명이 된다. 앞으로 4년만 더 노력하게 되면 목표인 1만명을, 당초 목표인 10년을 앞당겨서 달성하게 될 것 같다.

해외동포 한인 2세들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그들은 자기가 살고있는 국가의 문화와 상 관습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경공업과 같은 단순 제품도 문화가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데 하물며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제품은 그 나라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소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제품을 소개하는 설명서만 하더라도 제품 따로, 설명서 따로 만들었던 지난 날의 사업 형태가 아니라 그 나라 고객이 직접 사용을 하면서 쉽게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만들어가는 설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작업이 가장 핵심되는 사업 중의 하나이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같지만 콧등이 시큰함을 느낀다든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뜨거움을 느낀 차세대들은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면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자그마한 정체성이라는 불씨를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가운데에 가지고 있다.

그 불씨를 어떤 이들은 장작불과 같이 활활 타는 젊은이도 있지만 어떤 이는 불씨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잿더미 속에 가만히 숨겨져 있기도 하다. 비록 짧은 차세대 무역스쿨 기간 동안이지만 그 불씨를 입으로 호호 불어주는 역할을 제대로만 한다면, 그 젊은이들은 평생을 지탱하면서 살아갈 크나큰 화두인 진정한 정체성을 가슴 한 가운데에 얻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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