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블랙 아메리카

2008-08-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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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한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2008년 7월 25일 오후 7시, 맨하탄 할렘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민주당 클럽모임에 참석했었다. 할렘은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맨하탄에서 가장 후미진 곳이고 또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모임이 중요한 것은 바로 할렘이 뉴욕 정치의 중심이 되어졌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연사가 바로 이 지역 연방의원인 하원 세출위원장 찰스 랑겔 의원과 데이비드 딘킨스 전 뉴욕시장의 딸인 할렘지역 뉴욕시의원 이네즈 딘킨스 의원이었다.이 뿐 아니라 최초의 흑인 뉴욕주지사 데이비드 패터슨이 이곳 출신 주상원의원이었고 이 날도 제일 먼저 소개되어 열정적인 연설을 하였다. 또한 강력한 차기 뉴욕시장 후보인 현직 뉴욕시
감사원장 윌리암 톰슨도 참석하였고, 최초의 흑인 뉴욕주 감사원장이며 뉴욕주지사 후보였던 칼 맥콜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여기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 가능성마저 높아지니 어쩌면 흑인 대통령에 흑인 주지사와 더불어 흑인 뉴욕시장까지 눈앞에 보고 있고, 미의회의 돈을 쥐락펴락하는 세출위원장마저 흑인이니 이제 흑인들의 세상이 열려보이는 듯하게 느껴졌다.메릴린치에 근무하는 한 흑인 젊은친구가 이제까지 한국, 일본, 중국은 백인들의 지배를 받아왔
는데 이제 자기들이 그것을 끝내주겠다며 “여기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가 보이지 않느냐””면서 으쓱대었다.

얼마 전까지 유대인들이 뉴욕을 뒤흔들고 혹시 유대인 출신 미국대통령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엘리옷 스피처 주지사의 몰락으로 사태가 완전히 바뀌어진 느낌이 들었다.그렇다면 인구의 13%에도 못미치는 흑인이 미국을 움직이는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반은 운이고 또 반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독특한 미국의 정치제도 때문인 것 같다. 찰스 랑겔의원은 별로 할 일이 없어서 109대 의회를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그만 110대 의회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바람에 가장 오래 의원생활을 했다는 이유에서 의회의 돈줄을 거머쥔 세출위원장이 되었다.

데이비드 패터슨 주지사는 아버지의 선거구를 이어받아 할렘에서 주상원의원을 오래 하다 갑자기 스피처 주지사가 낙마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하게 주지사가 된 것이다. 톰슨 감사원장 역시 아버지의 후광으로 브루클린 부보로장, 교육감을 역임하다 감사원장에 당선이 되었다.이 상황에 버락 오바마가 돌풍을 일으키고 나타나니 졸지에 뉴욕의 극빈지역 할렘은 정치의 메카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모두가 흑인인데 다른 인종은 유대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 테이블을 꽉 채운 공공정책위원회 멤버가 가장 눈에 띄었다. 한인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면이다.미국정치의 특징은 오래 기다리다 보면 뭔가 도움을 얻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참석하다 보면 우리 1세의 참여와 노력으로 1.5세나 2세 의원을 배출할 터전을 닦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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